[월스트리트 저널]親수하르토 '살림그룹' 최대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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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인도네시아에서 대표적인 친 (親) 수하르토 기업으로 꼽혀온 살림그룹이 정치.경제적 위기에 빠지고 있다. 살림 그룹의 창업주이자 수하르토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기업인 린샤오량 회장은 수하르토 하야에 때맞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살림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적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몇주동안 살림그룹 산하의 은행인 뱅크 센트럴 아시아 (BCA) 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동이 한참이었던 지난 14일에는 성난 군중들이 린샤오량의 저택을 불태웠다. BCA의 1백22개 지점이 습격을 받았으며 현금 자동지급기 1백50대도 파손됐다.

ABN 암로 은행 산하 경제연구소의 유진 갤브레이스 소장은 "수하로토 - 정치시스템의 관계는 BCA - 금융시스템과의 관계와 같다" 며 살림그룹에 현 경제위기의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살림그룹은 산하의 식품회사 인도푸드 석세스 막머가 지난해말 해외에서 들여온 10억달러 등 각종 해외부채로 인해 재무상태에 압박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살림그룹측이 현금 확보를 위해 기업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BCA도 최근 몇주간 12조루피아 (약 11억달러)가 인출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당장 7조루피아가 더 필요해 중앙은행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BCA의 운명은 살림그룹의 흥망을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은행들은 살림그룹의 계열사에 대출을 꺼리고 있다.

이런 사정은 계열사들의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돼 지난 27일 인도푸드 석세스 막머의 주가는 31%나 하락했다. 그룹내 최우량주였던 인도시멘트 텅갈 라팔카사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 (IMF) 의 지원 프로그램이 본격 실행되면 살림그룹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살림그룹측은 은행을 뺀 다른 부문의 경영 악화 분석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폭동.가뭄 등으로 인한 식료품 부족사태로 인도푸드 석세스 막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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