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찰 발포 7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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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부정 논란으로 최악의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이란에서 15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진압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테헤란에서 보수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군중을 향해 발포하면서 최소 7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방송과 AP,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들이 15일(현지시간) 테헤란의 한 이슬람 민병대 초소 앞에서 민병대의 발포에 항의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란 민병대가 이날 시위대에 발포, 7명이 숨졌다고 이란 관영 파얌 라디오가 보도했다. [테헤란 AFP=연합뉴스]

유혈 사태는 선거에서 패배한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들의 부정 선거 항의시위가 한층 격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부정 선거 의혹을 조사 중인 이란 혁명수호위원회는 제한적인 재검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유혈 사태=이란 국영 파얌 라디오는 16일 “전날 시위가 열린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 인근에서 폭력배가 군 초소를 공격하려다 7명이 사망하고 수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시위대가 무기를 탈취하기 위해 군 초소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불행히도 민간인이 피살됐다”고 전했다. AFP통신도 이란 라디오 방송을 인용해 “최소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민간인 복장을 한 친정부 민병대가 지붕 위에서 군 기지를 공격하려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다”고 보도했다.

무사비 지지자 수십만 명은 15일 정부의 불허 조치에도 불구하고 테헤란 도심에서 사흘째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AP통신 등은 반정부 시위가 지방 도시로도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제2 도시 마슈하드의 한 대학에서 수천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으며, 중부 도시 이스파한에서도 수백 명이 경찰서와 혁명재판소 건물에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저항이 거세지자 혁명수호위원회 대변인 압바스 알리 카드코다에이는 16일 “후보들이 의혹을 제기한 일부 선거구에서 재검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선거 결과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개혁파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 우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이란 폭력 사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민주적 절차와 언론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투표 결과를 조작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며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이란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심각한 의혹들에 대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위대 체포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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