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국제회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한국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대가로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문제에 부닥쳤다. 노사갈등이 여전히 심각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미진한 것도 한국 노동시장의 약점이다."

미국 하버드대 리처드 프리맨 교수는 19~20일 KDI 국제정책대학원과 한국노동연구원이 중앙일보의 후원으로 개최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국제적 조명'국제회의 첫날 토론회에서 "한국은 노사정이 함께 양보하지 않으면 노사의 갈등구조를 풀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토론의 초점은 노동시장의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오른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 문제에 집중됐다.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20~30대의 실업률이 계속 증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도 증가했다"며 "반면 정규직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경직적이고, 노사관계도 비우호적"이라고 지적했다.

정규직 노동조합의 과도한 고용 보호가 비숙련 근로자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문제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버밍엄대 스탠리 지버트 교수는 "1975~95년 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영국.미국 등 각국의 현장 신입직원을 분석한 결과 엄격한 고용보호 조치는 채용과 해고 비용을 증가시켜 업무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들을 되레 고용보호의 피해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용보호가 엄격해질수록 입사 경쟁이 치열해져 신입직원의 교육수준은 올라가도 취업 기회가 되레 줄어드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다소 과장됐으며, 기업 규모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연구위원은 "전체 근로자 중 75%가 고용자 수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며 "중소기업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여건이 그다지 크지 않고, 따라서 비정규직 해소책을 일괄 적용하면 중소기업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비정규직을 포용하려면 고용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처방전이 잇따랐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알레잔드라 에드워드 교수는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을 희망한다면 정규직의 엄격한 고용보호부터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