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무너지는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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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네시아의 정국불안이 지속되자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 금융기구들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금융지원 연기방침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회생의 관건을 쥐고 있는 국제채권단도 경제개혁 이행부진을 이유로 인도네시아와의 외채상환기한 연장협상을 잠정적으로 보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모라토리엄 (대외지불유예) 국면 진입으로 아시아에 또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18일 인도네시아에 제공키로 했던 12억2천5백만달러의 차관제공을 무기한 연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인도네시아 국내상황이 자금을 지원할 만큼 투명해질 때까지 계속 유효하다고 세계은행은 덧붙였다. 미 재무부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세계은행의 결정을 지지한다" 고 밝혔으며 영국.독일 등 서방 선진국들도 이에 합세할 조짐이다.

인도네시아는 외채협상을 통해 13개 채권은행단에 전체 외채의 절반에 이르는 6백60억달러의 민간기업 채무상환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할 계획이었다.

한편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는 18일 인도네시아의 국가신용도를 현재의 'B - ' 에서 'CCC+' 로 또 다시 한 단계 강등시켰다. 차관연기.신용등급 하락 등 연속된 '악재 (惡材)' 의 등장은 벼랑끝에 서있는 인도네시아 경제를 더욱 파탄으로 몰고갈 전망이다.

특히 계속되는 시위사태 등으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어 인도네시아는 사실상 대외채무를 갚을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한편 이를 반영, 19일 루피아화는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에 45억달러의 채권을 갖고 있는 한국은 더욱 어려운 입장에 빠지게 됐다.외환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푼이 새로운 판에 2백32억달러의 채권보유국인 일본이 손실보전을 위해 한국에 대한 채권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상황악화가 아시아 주변국의 위기를 심화시킴은 물론 세계적인 금융공황의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고 지적하고 있다.

윤석준 기자

〈da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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