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날 많아 실직자·상인·농민 등 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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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넉 달 전 직장을 잃은 金모 (46.광주시북구운암동) 씨는 11일 아침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과 함께 담배연기를 뿜어댔다. 일당 2만5천원씩을 벌기 위해 지난 1일부터 공공근로사업인 잡초제거를 시작했는데 또 비가 와 하루를 공치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일요일과 비가 온 사흘을 빼고 고작 나흘을 일했을 뿐이다.

궂은 날이 많은 기상이변이 IMF한파로 생긴 실직자와 상인.농민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이후 지난 10일까지 비가 온 날 수와 양은 19일 1백66㎜. 하루 50㎜의 호우가 내리는 등 비가 많은 편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7일 20㎜가 더 많다.

비가 계속 자주 오는데다 곧 장마철이 닥쳐 공공근로사업 실직자들이 일당을 챙길 수 있는 날이 너무 적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남도는 행정자치부에 일당지급조건 완화 등 대책을 건의했다.

관광지의 상인들 또한 관광시즌인데도 날씨 때문에 나들이 인파가 크게 줄어 울상짓고 있다. 섬 관광지는 타격이 특히 심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신안군 홍도의 경우 지난 한 달간 탐방객이 2만2천여명으로 전년동기 1만2천여명에 비해 45%나 감소했다.

IMF한파 탓도 있지만 폭풍주의보로 인해 여객선이 다니지 못한 날 수가 4월1일이후 무려 9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일 보다 두 배 이상 많았었기 때문이다.

잦은 비는 농사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주고 있다. 비가 지난달 1일이후 12일간 1백20㎜나 내린 나주에서는 배나무에 성장을 더디게 하고 열매를 떨어뜨리는 검은별 무늬병이 예년보다 훨씬 많이 발생했다. 다음달부터 수확해야 할 마늘과 양파는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썩고 결국 뿌리가 제대로 여물지 않는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전남도농촌진흥원 관계자는 "벼농사의 경우 물 사정이 좋아진 이점도 없지 않지만 여름철에도 계속 비 오는 날이 많으면 병해충 피해가 크고 일조량이 부족해 수확량이 감소할 것" 이라고 밝혔다.

광주 = 이해석 기자

〈ehs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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