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박물관 옛지도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우리나라에서 동쪽으로 끝까지 가면 해와 달이 뜬다는 유출산 (流出山) 부상 (扶桑) 이다. 18세기 후반에 그려진 '천하도' (영남대 소장) 의 내용인데 여기까지는 동양의 신화적 내용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것 말고 이 지도에는 색다른 지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동쪽 끝 한쪽에 여인국 (女人國) 이라고 새겨진 지명이다.

그리스 신화의 여인족 아마조네스가 사는 아마존이 여인국이다. '천하도' 속의 여인국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메르카토르도법 (圖法) 지도에서 지금의 아마존 일대와 거의 일치한다.

18세기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이 아마존의 존재를 알았던 것일까. 재일사학자 강재언 (姜在彦) 씨는 저서 '서양과 조선' 에서 이미 1603년에 실학자 이수광 (李수光) 이 중국을 통해 들어온 세계지도를 보고 놀란 사실을 적고 있다. 그리는 방식과 지역의 범위가 달랐을 뿐 조선시대에도 일찍부터 지도를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가 고초를 겪었다는 일화 때문에 지도제작이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반대다. 18세기에 들면 조선은 왕성한 지도제작국이었다.

대학박물관 가운데 가장 많은 고지도를 소장하고 있는 영남대 박물관 (관장 兪弘濬교수) 은 옛지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위해 특별전을 개최한다.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13일부터 6월8일까지 열리는 '한국의 옛 지도' 전에는 영남대 소장의 '천하도' 를 비롯해 8백40점이 소개된다.

영남대 소장품은 16세기 때 제작된 도별 (道別) 지도인 '동람도 (東覽圖)' 부터 시작된다. 특히 18세기 들어 폭발적으로 제작된 지도가 다수 들어있다. '군현도 (郡縣圖)' 서울의 모습을 담은 '도성도 (都城圖)' 그리고 국방상 주요 지역을 지도로 그린 '관방도 (關防圖)' 가 그것들이다. 또 일제가 제작한 조선지도 2백20점도 들어있는데 이번 전시에 특별 전시된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ygad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