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이렇게 풀자]2.부실금융 빨리 도려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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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융개혁이 한시가 급하다. 특히 금융개혁이 지체되면서 외국인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외국투자자금의 유입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금융구조조정을 정부가 약속한 일정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하는 한편 소요비용을 정확히 계산해 재원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외국인 채권투자 잔액은 지난 3월21일 1조8천7백80억원으로 정점에 달한 뒤 한달새 4천억원이나 감소했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순유입 규모도 지난달 1억3천1백만달러에 그쳐 3월 (6억1천만달러)에 비해 78.5%, 2월 (15억2천6백만달러)에 비해서는 91.4%나 감소했다. 이는 구조조정에 대한 외국투자자들의 평가가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정부대응이 늦어질 경우 외환.자금.주식 등 각종 금융시장이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 라파엘 샤포니에르 주한프랑스대사관 경제참사관은 "금융구조조정은 한국 정부가 당초 공언한 대로 상반기까지는 반드시 매듭이 지어져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금융구조조정은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를 계기로 지난해 12월부터 추진돼 왔으나 부실종금사와 부도난 동서.고려증권 이외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특히 투신사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이 9월 이후로 미뤄졌고 금감위가 발족 즉시 손댈듯 했던 리스사 구조조정도 은행 자회사라는 점 때문에 7월 이후 은행과 맞물려 추진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이 때문에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이 계속 위축돼 최근에는 신용이 확실한 5대 그룹이나 협조융자를 안주면 부도가 나는 부실대기업들이 은행돈을 독식해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규모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에 따르면 98년말 금융권의 총 부실채권은 1백조원에 달하며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99년중 금융권 총 여신이 97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금융공황이 일어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주 (金秉柱) 서강대교수는 "구조조정의 시일을 늦출수록 부실채권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상반기중에는 금융구조개혁의 중요한 조치들이 실행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되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 ^1단계 은행.종금사^2단계 리스.증권사^3단계 보험.투신사^4단계 나머지 금융기관 등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시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남윤호 기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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