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 로 인해 고통 겪는 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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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제난으로 용돈이 모자라는 학생들을 위해 자장면 값을 내렸더니 돌아오는 거라곤 갖은 협박과 가짜 주문뿐이니 이거 어디 살겠습니까. " "가정마다 실업과 감봉으로 어려운데 세탁료를 차마 올릴 수 없었습니다."

제주시 KAL호텔부근에서 5년째 '두꺼비반점' 이라는 중국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유선 (金有先.47.제주시이도1동) 씨와 연동초등학교 옆에서 '김정세탁방' 을 하는 김영훈 (金映勳.41.제주시연동) 씨는 요즘 색다른 (?) IMF한파를 톡톡히 맛보고 있다.

두사람 다 어려워진 이웃들의 주머니사정을 생각해 딴에는 좋은 일 해볼거라고 가격파괴를 시작했다가 오히려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집 金씨에게 시련이 시작된건 지난 9일 자장면값을 '왕창' 내리면서부터. 보통자장면을 2천5백원에서 1천5백원으로, 곱빼기는 3천3백원에서 2천5백원으로 내린 것이다.

이같은 가격은 학생들에 한한 것으로 金씨는 자신도 IMF이후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용돈을 줄인 처지라 다른집 애들도 '용돈고통' 을 받을게 뻔하다는 생각에 고민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이 소문이 퍼지자 金씨 내외는 장사외에 머리 아픈 일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른 중국집들로부터 시도때도 없이 "너만 잘 살겠다는 거냐" "가만두지 않겠다" 는 등 협박성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기때문이다.

더욱 金씨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가짜 주문. 한꺼번에 50여그릇의 자장면을 시키거나 탕수육등 비싼 요리를 왕창 주문해놓고는 엉뚱한 곳으로 배달토록 해 골탕을 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같은 사정은 지난 1월 세탁협회가 권유 (?) 한 가격인상표 대신 4년전 개업당시의 세탁료를 그대로 받고 있는 세탁방 金씨도 마찬가지. 빗발치는 항의전화에다 엉터리 주문으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헛걸음치기 일쑤다.

부인 李경자 (38) 씨는 하루 30~40통의 전화로 노이로제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은후 발신자를 확인하기 위해 녹음용 전화기까지 구입했다.

제주 = 고창범 기자 〈kbe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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