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버그]무디스, 해결 못하면 신용등급 강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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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밀레니엄 버그문제를 해결하라. 그러지 않으면 더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라." 2000년에 컴퓨터가 네자리 연도를 인식하지 못해 발생할 밀레니엄 버그 (일명 Y2K) 문제와 금융기관의 신용등급평가를 연계시키려는 미국측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국내 은행들에게 새로운 적신호가 켜졌다.

밀레니엄 버그문제는 단순히 컴퓨터시스템속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이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시장 질서정비의 계기로 만들려는 'Y2K라운드' 로 발전해나갈 조짐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Y2K 문제대응은 99%라도 부족하다" 고 경고하면서 보다 확연해 졌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지난 3월 Y2K 해결에 소홀한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하반기부터 2단계 낮추겠다고 했다. 잘못 작동할지 모르는 전산시스템을 보유한 은행과는 아예 온라인거래를 중단토록 권유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IMF체제하에서 국제결제은행 (BIS) 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데 온힘을 쏟아도 시원치않을 국내 은행들에게 설상가상으로 Y2K라는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가 추정한 은행당 Y2K해결에 필요한 비용은 1백억원 정도. 국내 은행이 33개이므로 대략 3천억원 이상이 든다는 계산이다. 은행들의 고민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당장 물어야 하는 금리가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무디스가 지난해말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3에서 Ba1로 네단계 낮추자 금리가 2.5% 정도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Y2K에 대한 준비소홀로 신용등급이 2단계 떨어지면 금리가 약 1.25% 올라간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금부터 연간 수백억달러를 해외차입한다고 가정할때 Y2K대책 미흡에 따른 추가 이자부담은 엄청난 것이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한국은행이 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섰다. 측면지원은 금융결제원이 맡았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말 대응지침을 내리후 세부계획을 수립했고 올해말까지는 수정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 6월까지 외부기관과의 연결테스트를 끝낸다는 것이다. 작업이 미진한 은행에 대해선 경영실태점검시 이를 반영한다는 생각이다.

은행들은 Y2K에 대응못해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고객의 신뢰도가 떨어져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나름대로의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문제는 종합금융사와 상호신용금고들. 종금사의 경우 금융위기로 인해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마련이 부진하다. 상호신용금고.새마을금고.할부금융.리스회사등은 금융정보화추진분과위원회에 소속되지 않은 이유로 아예 구체적인 진행상황마저 파악되지도 않은 상태다.

한국은행 전자금융과 성경창 (成慶昌) 조사역은 "네트워크를 통한 전자상거래시대에 Y2K는 한 은행이 준비를 마쳤다고 해결된 것이 아니다.모든 금융기관의 공조체제가 더없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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