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도 소화" 자신감 안긴 '메탈리카'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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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번 공연에서 안전사고가 난다면 메탈은 앞으로 10년은 한국에 발을 못붙인다." 본격 메탈그룹으로는 국내 처음인 '메탈리카' 콘서트를 앞두고 팝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걱정했다.

그러나 70%의 매표율을 보이며 무사히 끝난 메탈리카 콘서트는 한국에서도 메탈공연이 가능하다는 문화적 자신감을 안겨줬고 침체한 팝계에 좋은 활력소가 됐다.

메탈리카의 연주는 한마디로 '정돈된 소음' 의 미학을 보여줬다. 리더 라스 울리히의 더블베이스 드러밍과 커크 해밋의 일렉트릭 기타 속주는 2시간 넘게 굉음을 연발했지만 그속에는 절정과 수렴이 균형을 이룬 아름다움이 충만했다.

메탈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슬래시 메탈의 일인자라지만 그들의 음악은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성숙한 자유의식을 발산했다. 통기타와 싱글베이스 드럼을 써서 어쿠스틱 넘버 3곡을 연주한 대목이 그 한 예로, 메탈리카 공연에서는 처음 있는 이벤트였다.

애용하는 스피커의 상호를 따 '메이어 사운드' 로 불리는 메탈리카 연주는 처음에는 대형체육관 특유의 공명현상탓에 찢어지는 느낌이 났으며 출력도 약했다.

국내에 전무한 대중음악 전용공연장의 '존재의 이유' 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메탈리카 전속음향진은 체육관의 구조를 파악하고 사운드에 반영해 중반부터는 풍부한 소리를 풀어냈다.

무대운영도 훌륭했다. 네 멤버는 5대의 마이크마다 다음 진행방향을 적은 쪽지를 붙여놓고 치밀한 동선을 연출, 어떤 객석에서도 그들의 모습을 고루 볼 수 있었다.

또 뜨겁고도 절제된 청중의 호응은 국내 공연 감상문화가 세계적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줬다. 다만 공연 유치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은 지적돼야 하겠다.

2만달러로 문화관광부에 신고된 개런티를 둘러싸고 "억대의 추가비용을 제외한 눈가림" 이란 지적이 나왔고 "아예 개런티를 속인 것" 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IMF시대 공연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런티.비용일체가 더욱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팝계는 입을 모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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