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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모조모 매력 넘치는 경차 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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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금이 기존 택시보다 20~30% 싼 경차 택시 도입이 추진된다. 경차택시는 비싼 요금 때문에 택시 이용을 주저하던 서민이나 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 것이다. 부자들의 교통수단으로 인식된 택시를 서민의 교통수단 범주로 끌어들인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차 택시로 인해 이용자가 누릴 수 있는 이득도 크지만 교통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의 도시는 대형 승용차로 빼곡하다. 2007년 기준 신규등록 승용차의 평균배기량은 2113cc로 유럽연합(EU) 평균 1744cc보다 한참 크며 1인당 국민소득이 8만 달러를 넘는 룩셈부르크(1970cc)보다 크다. 경차 택시가 이런 대형 승용차 위주의 자동차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승용차가 경차에 비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넓고 안락하며 사회적 위치를 과시하는 데도 제격이다. 그러나 교통시설의 운용이나 에너지 위기와 온실가스 등 온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고려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우선 대형 승용차는 교통시설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예를 들면 2000cc 이상 대형 승용차의 주차면적은 1000cc 미만 경차의 1.7배다. 주차 면을 넓히면 해결될 수 있겠지만 막대한 재원과 부족한 토지자원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거의 유일한 해결책은 승용차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경차 택시는 바람직한 대안이다.

대형 승용차는 에너지위기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대형 승용차는 경차보다 연간 약 3.1배 에너지를 소모하며 2.7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택시의 하루 평균 운행 거리는 약 200㎞로 자가용의 3.7배 수준임을 고려할 때 중·대형 택시를 경차로 전환해 생기는 효과는 실로 막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대형 승용차가 경차에 비해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교통사고 발생 시 대형 승용차가 더 위험하다. 대형 승용차가 더 과속하고 브레이크 작동 시 더 밀려나가 더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하기 때문이다. 1997~2006년 발생한 73만 건의 승용차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대형 승용차 교통사고의 사망률이 경차사고의 사망률보다 약 4.2배 높았다.

일본의 경차는 660cc 미만으로 우리나라 경차 크기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이런 경차가 전체 승용차의 32%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권에 드는 교통안전 수준을 자랑한다. 따라서 경차 택시의 도입으로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처럼 경차가 교통시설운용이나 온실가스배출, 교통안전 측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참으로 크다. 경차 택시 도입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