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버그 대책마련 움직임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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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컴퓨터의 '2000년 표기문제 (약칭 Y2K:밀레니엄 버그)' 해결을 위한 정부.공공기관.일반기업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일본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미흡하지만 뒤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발빠르게 대응해가고 있는 것.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대책기구를 설립했고 민간기업들은 '2000년 표기문제' 해결을 위한 세미나.성공사례발표등을 열어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밀레니엄 버그 해결을 위한 각 분야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정부.공공기관 = 정부는 지난달 31일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에 민.관이 참여하는 '컴퓨터2000년 문제 대책협의회' 를 구성, 범부처적으로 대처키로 했다.

이에따라 이달안으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보시스템의 현황및 실태조사를 실시,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방행정.원자력발전소.전력 및 에너지.통신.운송등 문제해결 능력이 취약한 부문을 10대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 지속적으로 점검해나가기로 했다.

◇금융 = 밀레니엄버그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금융기관이다.주택은행은 지난해 2월 통합금융정보시스템 '파워넷' 을 재구축하면서 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를 네자리 연도표기로 전환했다.

또 한일은행.조흥은행.동아생명등도 컴퓨터2000년 문제를 거의 해결해 놓고 있다.모든 거래가 전산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금융기관의 경우 2000년 표기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오기 때문에 일찍부터 준비를 잘 해오고 있는 편이다.

◇유통 = 유통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밀레니엄 버그가 엄습할 경우 고객정보.물품수발주.재고관리등 전산시스템이 통제불능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들의 대응은 아직 굼뜨다.한화유통 관계자는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예산과 인원은 편성하지 못하고 있다" 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본격적으로 예산.인력을 투입하지 못한 상태다.훼미리마트는 대책반을 구성하고 늦어도 내년초까지 오류방지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담팀 10여명을 투입, 오류교정작업을 95%정도 완료한 상태.

◇제조업 = 제조업체들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다.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지난 1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체중 2000년 표기문제를 해결한 업체는 불과 9.1%에 불과했고 작업중인 업체도 18.2%에 그쳤다. 반면 검토에 그친 업체는 57.6%, 아예 검토도 안하고 있는 업체는 15.2%나 됐다.

그러나 제조업체중 자동차업계의 움직임은 그나마 활발한 편이다.대우자동차는 50여명이 참여하는 'Y2K추진위원회' 를 발족하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현대.기아.삼성등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손을 쓰기 시작했다.

◇기타 = 공장과 공공시설 자동화시스템의 2000년 표기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자동화된 대부분의 생산공장에는 수십~수만개의 컨트롤러.전자센서.마이크로칩등이 있다.

문제는 이들도 날짜.연도를 인식, 작업을 하고 대부분 두자리수 인식구조로 돼있어 2000년 표기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실제 미국의 조사기관 가트너그룹은 최근 "미국내 2백50억개 마이크로칩 장비가운데 5천만개 이상이 2000년 이후 문제를 일으킬 것" 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대응은 초보수준에도 못미친다.특히 중소기업의 생산공장에 설치된 컨트롤러등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안된 상태다.

만약 적절한 대책없이 2000년을 맞는다면 자동화된 생산공장의 상당수가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작동중지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중소기업청은 최근 공장자동화설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 이 결과를 토대로 대응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개인용컴퓨터(PC)의 경우 최근 출시된 고급기종은 물론이고 2∼3년전에 판매된 펜티엄급 이상은 문제가 없다. 다만 4∼5년전에 나온 486·386급 PC모델중 일부가 지장을 받을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종윤·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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