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소 1급지역도 개점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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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인중개사 김용우씨는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지난달 서울강남구신사동에 부동산 중개업소를 열었으나 개점 한달이 지나도록 거래를 한건도 못 올려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기 때문이다.

사실상 개점휴업을 선언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급증하고 있다.대형아파트촌 목 좋은 중개업소도 사정은 비슷하다.매매는 고사하고 전월세 거래가 없어 울상이다.

장사는 이렇게 안되는데도 중개업소는 되레 크게 늘었다.실직자들이 잇따라 중개사 자격증을 따 개업하기 때문이다.3월말 현재 전국의 중개업소는 4만1천6백1개로 지난해 (4만8백8개) 보다 오히려 7백93곳이 늘어났다.

그렇다고 마땅히 전업할 업종도 없어 임대료라도 건지기 위해 문을 열고 있는 형편이다.목동 석사부동산 이제경대표는 "지난해 하루 1~2건이던 전월세 중개가 요즘은 한주에 2~3건 성사시키기도 힘들다" 면서 "월임대료 1백만원을 내고 나면 직원 2명에게 줄 급여도 모자란다" 고 말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인 분당.일산 등과 서울상계동 지역의 봄 특수도 사라졌다.예년 같으면 평일에도 전셋집을 구하려는 신혼부부들이 1~2쌍씩 됐으나 올해는 주말에 고작 1~2쌍 정도 찾아올 뿐이다.

상계동 미래공인 권오성사장은 "역세권 중개업소는 거래가 조금 되지만 아파트단지내 중개업소들은 일감이 없어 간판을 내리는 업소들이 늘고 있다" 고 말했다.용인지역 아파트 분양 특수를 타고 대거 사무실이 들어선 분당 오리역 주변 부동산들의 사정은 더 어렵다.

시세차익을 노려 비싼 값을 주고 사들인 아파트 분양권의 프리미엄이 사라진 데다 서울시내 전세값 급락에 따라 싼 전세를 구하기 위해 찾아오던 신규 아파트 수요가 급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유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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