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건강마케팅 이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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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IMF 한파를 타고 건강이 패션업계의 마케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요즈음처럼 내일이 불안할 땐 '건강이 최고의 밑천' 이라고 접근하는 게 먹혀들기 때문이다.

한때 섹시함과 유행에 민감함을 얼마나 돋보이게 할 수 있느냐에 마케팅전략이 집중됐던 현상에 대한 일대 반란인 셈이다.

헬스 마케팅에 불을 지핀 것은 다이어트구두 시리즈를 낸 패션잡화 브랜드 쌈지와 전자파 차단 양복을 내세운 맨스타. 다이어트 구두는 체중이 항상 발의 뒤축으로 쏠리도록 앞굽을 뒷굽보다 10도쯤 들리게 만든 것. 광고내용도 '신발을 신은 모습이 멋있다' 는 식이 아니라 '앞으로 걸어도 뒤로 걷는 운동 효과를 거둬 건강에 좋다' 는 식이다.

앵클부츠.단화.샌들.슬리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신발에 이런 방식을 적용했는데 그레이스백화점에서만 하루 5백만원어치쯤 팔리고 있다.

맨스타의 전자파 차단양복은 안주머니에 구리.니켈 등으로 특수처리한 원단을 부착,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지 않도록 한 것. 맨스타측은 "봄 신상품 중 3분의1 정도를 35만~47만원대의 전자파 차단양복으로 출시했는데 일반 제품보다 두배 이상 잘 팔리고 있다" 고 밝혔다.

또 스포츠패션 브랜드 아놀드파마의 경우 아예 옷에다 건강식품 성분으로 떠오르고 있는 키토산을 흡착시킨 '키토산 니트' 3종을 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제조업체인 동일레나운측은 "옷에 부착된 키토산 성분이 불쾌한 냄새를 없애주고 촉감.항균성까지 좋게 해준다" 고 설명했다.

이밖에 패션 내의업체 제임스딘의 '항균방취 속옷' 과 에스콰이어의 '헬스슈즈' (구두 깔창에 혈액순환을 돕는 자석을 부착) , 라보라의 이온헬시브라 (브레지어 내부에 음이온을 방출하는 성분을 흡착시킴) 등도 멋보다 건강에 더 솔깃해 하는 소비심리를 파고드는 제품들이다.

코오롱패션의 최현호과장은 "건강패션 제품이라고 외형적인 멋을 희생시키겠다는 건 결코 아니고 그동안 가려졌던 건강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마케팅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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