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 의원보다 목소리 큰 '이해찬 내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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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사회분야 대정부 질의가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上)이 이해찬 총리에게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14일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과 '이해찬 내각'이 충돌했다. 이날 각료들의 목소리는 의원들보다 컸다. 특히 이 총리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거침없이 면박을 주거나 고압적으로 답변해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항간의 '정치내각'이란 평이 실감날 정도였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이 총리를 상대로 일문일답하면서 "수도 이전을 철저히 따져보자는 논리가 왜 대통령 불신임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총리는 "그럼 한나라당은 예정대로 법을 집행하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냐"고 맞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컸고, 답변은 공세적이었다. 박 의원이 "청와대가 언론보도에 대해 '저주의 굿판' 운운했는데, 이런 자세로는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한나라당이 국민을 현혹시키는 행태를 보인다"고 대꾸했다. 이 총리가 자극적인 표현을 구사하며 자꾸 언성을 높이자 박 의원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국무총리가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따졌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행정수도와 관련해 일부 언론이 편파.왜곡보도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이 총리는 "(일부 언론보도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반대 여론이 올라오기를 기다린다고 하는데, 정책을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다른 각료들의 태도도 비슷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답변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답을 낼 문제에 대해 법을 얘기하고,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행정수도 문제는 국회에서 정치로 해결할 일이지, 법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과천에 출장갔다 오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이 문제삼자 "말 좀 합시다"라며 중간에서 질문을 잘랐다.

박소영.강민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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