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40억불 성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8일 낮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43층 샐러먼 스미스 바니사 (社) 의 트레이딩 룸. 수백명의 채권 딜러가 컴퓨터 단말기와 전화통을 붙들고 씨름하는 1천여평 공간의 한 모퉁이에 김우석 (金佑錫) 재경부 국제금융국장과 제프리 셰퍼 샐러먼 스미스 바니 부회장 등이 모였다.

외평채 발행을 위해 방미 중인 金국장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미 재무부 채권 (TB) 의 금리 변동추이를 지켜보다 한 지점을 가리켰다.외평채 발행의 기준이 될 TB 금리 (5년물 5.503%, 10년물 5.534%)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다 이날 오전 금리 책정시 결정된 가산금리 (5년물 3.45%, 10년물 3.55%) 만 얹으면 되는 것이다.이에따라 외평채 5년물 금리는 연 8.953%, 10년물은 9.084%로 결정됐다.

"아주 잘됐습니다.축하합니다." 셰퍼 부회장이 金국장에게 악수를 청했다.월가의 투자가들은 한국의 이번 외평채 발행을 '성공' 이라고 평가한다.물론 금리수준만 놓고 보면 그런 평가는 낯이 간지럽다.

한국과 국가 신용등급이 똑같은 필리핀은 지난주 10년만기 국채 (10억달러) 를 가산금리 3.375%포인트에 발행했다.멕시코의 채권도 가산금리가 2.88%포인트에 불과했다.그러나 월가에서 이런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우선 한국은 국가부도 일보 직전까지 갔던 나라다.지난 주말엔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큰 악재가 있었다.

아시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데다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한때 가산금리 수준이 3.60~3.70%포인트까지 거론됐다.한국측에서는 외평채 발행을 연기할 것까지 검토했으나 자칫 실패로 비쳐지면 더 큰일이라는 이유로 비싼 금리로라도 발행을 강행키로 결정했다.

이번주 들어 다행스럽게도 도쿄.서울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고, 월가의 평가도 호전됐다.외평채 매입주문이 1백20억달러어치나 들어왔던 것도 '성공' 이라는 평가를 받는 요인이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1년~1년6개월가량 지나면 투자등급을 회복할 것이고, 이번 발행될 외평채가 JP모건이 책정하는 투자선호대상 포트폴리오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도 수요를 부추겼다.이번 외평채 발행의 간사를 맡은 골드만삭스와 샐러먼 스미스 바니의 담당자들은 지난 몇주일동안 판매 촉진을 위한 강행군을 벌였다.

뉴욕.런던.홍콩 등 전 세계 15개국, 5백여명의 펀드매니저와 상담을 했다.골드만삭스의 실무책임자인 카를로스 콜데이로 부사장은 "골드만삭스의 해외채권 발행 실적중 최대규모였기 때문에 사운을 걸고 최선을 다했다" 며 "투자자들은 한국의 경제회복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고 전했다.

외평채는 발행 직후 뉴욕 유통시장에서 수익률이 0.08~0.1%포인트 낮아진 금리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또 다른 한국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산금채 (産金債) 유통수익률이 전날보다 0.05%포인트 낮아졌다.미 뉴욕타임스는 이번 외평채 발행 성공을 9일자 경제면 톱기사로 다루면서 "한국이 해외에서 40억달러에 이르는 채권 발행을 성공시켰으며 이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한국 경제회복에 대한 신뢰 재획득을 의미하는 것" 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임봉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