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곤충 탄생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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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00년 6월 영국 런던의 임피리얼대 등 유럽 3개국 공동 연구팀은 다른 생명체의 DNA 조각을 모기알에 넣어 유전자 재조합 모기를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네이처'지를 통해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유전자 재조합으로 인간에게 이로운 모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예를 들면 모기의 후각에 관련된 유전자를 재조합해 인간을 물지 않는 모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유전자를 조작한 곤충의 연구가 한창이다. 유전자를 재조합한 곤충을 'GMI(Genetically Modified Insects)'라고 부른다.

모기에 대한 GMI 연구는 말라리아 퇴치에 쏠려 있다. 매년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를 GMI 모기로 퇴치하려는 연구활동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말라리아가 모기의 체내에 기생할 수 없도록 유전자를 조작한다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최근 들어서는 건강한 꿀벌을 만들려는 연구도 있다.미국에서 꿀벌은 가루받이 역할로 연간 16억~83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연간 1억2000만달러 규모의 꿀을 생산한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살충제 남발 등 환경이 나빠져 매우 쇠약해졌고, 그 수도 많이 줄었다. 이에 따라 미국 과학자들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살충제에 내성을 지니는 꿀벌 개발에 힘쏟고 있다.

'킬러 나방'도 있다. 2001년 영국 옥스퍼드대 루크 앨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목화밭을 망치는 솜벌레의 유충을 죽이는 '킬러 나방'을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통해 개발했다. 목화나무를 갉아먹고 사는 솜벌레의 알에 초파리 유전자를 주입하면 물질대사 체계가 심하게 훼손된다. 이들이 나방으로 성장한 다음 야생의 솜벌레 나방과 짝짓기를 통해 태어난 솜벌레 또한 더이상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원리다.

그러나 GMI 연구에 반대의 목소리도 거세다. GMI 연구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유전자를 조작해 제초제가 필요 없는 대두와 같이 '유전자재조합 식품'으로 불리는 GMO가 다양한 규제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만큼 살아서 움직이는 GMI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관리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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