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선 시장, 오세훈의 도전 성공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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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호 20면

내년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는 서울시장 선거다. 광역자치단체장의 대표 격인 서울시장은 상징성 측면에서 여야의 최대 승부처로 인식되면서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의 격돌장이 돼 왔다. 더욱이 그동안 역대 서울시장들이 그들의 정치적 위상을 디딤돌 삼아 유력 대권 후보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2012년 대선 구도와 관련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본선보다 힘겨울 당내 경선

현직 시장 재출마, 지지 vs 반대 박빙
내년 서울시장 선거가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가 부활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현직 시장이 연임에 도전한다는 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임 중 벌여 놓은 사업이 대부분 중장기 프로젝트라며 일찌감치 재출마를 선언했다. 현직 프리미엄에 만만치 않은 대중적 인기도를 감안하면 이미 서울시장 선거전의 상수로 자리 잡았다.

오 시장의 3년 시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방향을 잘 잡았다’ ‘무난하다’는 평과 함께 그의 역점 프로젝트인 ‘디자인 서울’이나 ‘한강 르네상스’가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 완공 등에 비해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다시 출마할 경우 ‘지지하지 않을 것’(47.1%)이란 의견이 ‘지지할 것’(46.4%)이란 응답보다 많았던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그가 재선을 위해 넘어야 할 1차 관건은 내년 3∼4월께 있을 한나라당 내 경선이다. 지난해 4·9 총선 당시 뉴타운 공약 문제로 서울에 지역구를 둔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과 불편한 관계가 된 점이 그에겐 부담이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 측의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던 원희룡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오 시장 탄생 자체가 당내 개혁 소장파의 집단적 염원을 안고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선 후 교류나 의견교환이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런 당내 분위기를 의식한 듯 당 의원들과의 접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서장은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은 “지난 총선 때 뉴타운 문제로 의원들과 일부 오해도 있었지만 대화를 계속해 나가면서 상당 부분 풀린 상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원희룡·권영세·장광근(이상 3선)·정두언·나경원·진영·공성진(이상 재선) 의원 등이다. 당 밖에서는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도 거론된다. 하지만 중앙SUNDAY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후보 중 누가 서울시장으로 적합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후보는 오세훈(36.1%) 시장보다 크게 뒤진 2% 안팎의 지지율에 그쳤다. 그나마 나경원(14.1%)·원희룡(9.1%) 의원만이 10% 안팎의 지지도를 기록했을 뿐이다.

이 중 원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측근은 “현재 맡고 있는 당 쇄신 작업에 올인하고 있다”면서도 “이번에 좋은 평가를 받은 뒤 정치 상황을 봐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006년 당내 경선에서 석패한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은 원내 재진입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2006년 경선에서 떨어졌던 홍준표 의원은 지방의원 공천권을 가진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아 ‘킹 메이커’를 자임한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서울지역 국회의원 다수가 친이계 성향임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의 의중과 친이계 동향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나라 : 민주=29.9% : 28.3%
민주당에도 서울시장 출마 희망자는 넘친다. 서울시장 선거에 당 대표 주자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위상이 크게 업그레이드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여기에 이명박 정권 3년차에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정권 심판론 구호가 먹혀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분위기에 따라서는 승산이 충분히 있다는 게 민주당의 전망이다.

현재 당내에서 거명되고 있는 인사는 추미애·김성순·박병석·이미경 의원과 한명숙·김한길·신계륜·이계안 전 의원 등이다. 당 외부에서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자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박원순 변호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참신한 외부 인물을 영입해 지방권력 교체 바람을 일으키자는 얘기다.

현재 당적이 없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카드도 파괴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유 전 장관은 야권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인물 적합도’에서 23.6%를 얻어 한명숙(17.2%) 전 국무총리와 강금실(16.1%) 전 법무부 장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여야 후보를 망라한 서울시장 인물 지지도 조사에서도 유 전 장관은 16.5%로 오 시장(27.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그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파괴력이 만만찮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당내에 유 전 장관에 대한 비토 세력이 적지 않은 게 걸림돌이다.

당 지지율도 변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지금처럼 한나라당보다 크게 뒤지는 당 지지도로는 참신한 외부 인사 영입이 쉽지 않다”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당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역량 있는 인사를 많이 모으는 데 지방선거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지명도 높은 여성 정치인이 많다는 장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와 강금실 전 장관, 추미애·이미경 의원 등 대중 흡입력이 있는 여성 정치인들을 적극 내세워 당내 경선의 홍보 효과를 거둔 뒤 이명박 정부 심판론과 여성 후보론으로 공략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까지 당내에서 출마 의사를 비친 사람은 김성순 의원과 신계륜·이계안 전 의원 정도다. 상당수 서울지역 위원장이 손학규 전 대표계임을 감안할 때 손 전 대표와 가까운 신 전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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