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 공백’ 경호관 형사처벌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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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경위를 수사하는 경남지방경찰청이 고민에 빠졌다. 서거 당일 노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수행한 이병춘(45) 경호관의 형사처벌 문제 때문이다.

이 경호관은 청와대 경호처 소속으로 다른 20명가량의 경호관과 함께 봉하마을 경호 일을 해왔다. 그러나 23일 노 전 대통령의 심부름으로 부엉이바위에서 247m(경찰 실측 거리) 떨어진 정토원에 가는 바람에 노 전 대통령에게 투신할 수 있는 틈을 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호 공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검토 중인 혐의는 직무유기. 특수 신분인 경호관으로서 경호 대상과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내부 직무규정을 어겼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경호원은 2명 이상이 함께 수행하고 항상 근접 경호를 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이 규정은 경호 인원·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어 경호 수칙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이 경호관이 고의로 어긴 것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심부름을 간 경우 규정 적용은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은 ‘대통령경호실법’을 적용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마땅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경호원의 경우 이 법의 벌칙 조항에 따라 비밀 엄수와 무기 사용 규정 등을 위반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다. 이번 같은 경우에는 적용 조항이 없다.

이 경호관이 거짓 진술을 하고 정토원 법사에게 전화해 진술 내용을 알려준 것도 경호처의 징계 대상은 될 수 있어도 수사방해 등으로 형사처벌할 사항은 아니라고 경찰은 본다. 경남경찰청 이노구 수사과장은 “수사기록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다음달 초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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