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도, 작아도…끊이지 않는 남性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오비만 안 나면 골프 칠만 하고, 피박만 없어면 고스톱 칠만 하고, 섹스는 조루만 없으면 할 만하다.” 어떤 친구가 들려준 말이다. 남자들의 성 고민이 어디 조루뿐이겠는가?

남성 클리닉에 몸담아 온 경험으로 보면 남자들의 성 고민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 째, 더 컸으면 하는 것이고(왜소 콤플렉스), 둘 째, 더 오래갔으면 하는 것이고(조루), 셋 째, 더 단단했으면(발기부전)하는 것이다. ‘원초적 본능’에 밀접하게 관련된 고민들이므로 세상에 남자들이 존재하는 한 이 고민들은 계속 존재할 것 같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나 같은 남성 클리닉에 종사하는 의사들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의 고민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남자는 너무 커서 고민하기도 한다. “확대 수술 말고 축소 수술은 없나요?” 솔직히 말해서 아직 축소 수술은 없다. 남들은 비싼 돈 내면서 확대수술을 받는데 축소수술을 받고 싶을 정도로 크다니 이걸 부러워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남자들은 대부분 전화나 인터넷 상담이지 직접 찾아와 그들이 너무 크다는 대물을 보여준 적은 한 번도 없다. 따라서 장난일 가능성이 많다고 보인다.

너무 오래가서 고민하는 남자들도 있다. “사정이 잘 안 돼서 집사람이 힘들어 합니다. 도와주세요. 정말 심각합니다.” 조루인 남자들은 부럽겠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관계를 갖고 나면 부인이 며칠간 이불을 지고 눕게 된다고 한다. 언젠가 코믹 성인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이다.

너무 발기가 잘 돼서 고민하는 남자들도 있다. “ 매일 서 있어서 회사에서 일하기가 힘들 정돕니다. 제게 무슨 병이 있는 건 아닙니까?” 굳이 이름을 지어 준다면 ‘변강쇠 병’일 거다. “부인이 행복하시겠네요?”하고 물어보면 “원장님 저 싱글입니다!” 라고 대답한다.

글쎄, 내가 어디 좋은 여자 하나 소개시켜줄 수도 없고 “빨리 장가를 드시지요.” 라고 말해 준다. 결혼상담소를 차린 기분이다. 그 외에도 상담을 들어보면 다양하고 재미있는 고민들도 있다. “제 물건이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하얗게 보여서 고민입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썬탠을 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해줬는데 글쎄 그 부분만 썬탠을 해 줄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남자도 있다.
“원장님, 왼 쪽 고환이 오른 쪽 것보다 밑에 있는데 정상입니까?” 물론 정상이다. 걸어다닐 때 다리사이에서 둘이 싸우지 말라고 둘 중 하나를 더 밑에 있게 만들었다. 얼마나 섬세한 배려인지 모르겠다.

남자들 고민 이야기는 이 정도 하겠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하겠다.
아내가 물었다. “5분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래요?”
남편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당신과 마지막으로 뜨거운 사랑을 나눠야지.”
조금 있다가 아내가 다시 물었다. “그럼...... 나머지 4분은요?”

나에게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많은 남자들이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매사에 자신 있어 지고,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즐겁다고 한다. 유치하다고 욕할지 모르지만, 우리 남자, 더 근본적으로는 수컷들에게 깊이 내재되어 있는 본능, 즉, 더 강해지고 싶은 본능까지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우리 남자는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고, 프로그램이 입력되었기 때문이다.

비뇨기과전문의 김영일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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