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을 넓히면 돈이 보인다]1.첫걸음이 중요…재테크 큰 틀부터 잘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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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에도 재산을 모으고, 불리고, 지키는 길은 있다.

길을 잘 찾으려면 재테크에 대한 시야와 안목을 넓혀야 한다.

종전처럼 이자 몇푼 더 받는 상품을 좇아다닌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제는 재테크의 개념을 '테크닉' 에서 '전략' 으로 바꿔야 한다.

본지는 20회 연속 시리즈를 기획, 재테크의 새로운 전략을 집중 소개한다.

자신에 적합한 재테크의 장기플랜을 짜고 이를 위한 실천방법을 찾는데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리즈는 신한은행 프라이빗 뱅킹팀의 금융설계사 서성호 (徐晟豪) 과장이 담당한다.

재테크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우선 안목을 키워야 한다.

자신의 재산.소득.부채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에 더해 자금시장.산업경기.국제경제등도 폭넓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맥을 잡는 전략적 재테크가 눈에 들어온다.

첫회에서는 재테크를 처음 시작한다는 전제에서 큰 틀을 새로 짜보기로 하자.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지식도 우선 틀을 잘 짜야 쓸모가 있다.

◇ 흐름을 보자 = 지난 96년말 탕수육 전문체인점 바람이 불었다.

마침 당시 명예퇴직이 한창이라 퇴직자들이 탕수육체인점 개업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3천만원 투자에 월8백만원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체인본부는 10여개로,점포수는 전국에 수천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6개월후 대부분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꿔야 했다.

시기만 다를뿐 소주방.도서대여점.양념치킨점등도 똑같은 길을 걸었다.

경기는 불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자영업은 진입장벽이 없어 순식간에 공급과잉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별한 노하우나 기술이 없는 사람이 직장을 그만둔 다급한 심정에서 서둘러 창업을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더욱이 불황이 계속되고 있어 초보자들이 성공할 길은 더욱 좁아졌다.

내가 하기 쉬운 사업이라면 남도 하기 쉽기 때문에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실패확률은 더 높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유행에 대해서는 눈을 질끈 감는 게 차라리 바람직하다.

먼저 현재의 경기상황을 잘 살피고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감안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확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창업뿐 아니라 재테크의 투자대상을 고르는 일도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는 산업경기와의 연관성이 높은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보다는 불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 일정한 수익률이 보장되는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그러다 차츰 환율과 금리가 떨어지는등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산업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 경기흐름의 방향전환을 감잡을 수 있다.

흐름이 바뀌었다는 확신을 가진뒤 부동산이나 주식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도 늦지 않다.

◇ 조건에 맞는 투자대상을 고르자 = 정년퇴직자 金씨 (65) 는 주식투자에 손 댔다 실패해 우울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지난 96년 퇴직금 3천만원을 모두 주식에 털어넣었다가 이제는 6백만원 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집은 소유하고 있으나 금융자산이 모자라 늘 생활에 쪼들린다.

金씨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꺼지자 "집값이 언젠가는 오르지 않겠느냐" 는 막연한 생각으로 살던 집을 담보로 은행돈을 빌려 부동산투자를 궁리중이다.

金씨는 마지막 도박 (賭博) 을 하는 심정이지만 위험천만의 모험으로 자칫하면 더 큰 궁지에 몰릴 수도 있는 경우다.

비단 金씨뿐 아니라 주머니에 한푼도 없는 사람이 부동산투자나 거액의 채권투자를 생각한다면 비현실적인 일이다.

오히려 꾸준히 적금으로 목돈을 모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사람은▶한정된 수입중 최대한 많은 저축을 하는 게 바람직하며▶안전하고 이자율이 높은 상품을 고르고▶가능한한 세제우대를 많이 받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일단 일정규모의 쌈지돈을 모은뒤에 보다 광범위한 재테크 투자대상을 찾아야 한다.

한번에 거액을 거머쥐겠다는 발상은 재테크가 아니라 도박이다.

◇ 재테크는 빨리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무조건 일찍 시작해야 한다.

저축이란 시간이 오래 흐를수록 이자에 이자가 붙는 방식으로 불어나므로 하루라도 빠른 것이 단연 유리하다.

재테크의 시간차가 10년인 두 사람을 비교해보자. A씨는 은행의 개인연금신탁에 만20세때부터 10년간 매달 10만원씩 납입했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때는 만55세이므로 원금기준으로 1천2백만원을 25년간 거치해놓은 셈이다.

반면 B씨는 만30세부터 개인연금신탁에 가입해 만55세가 될 때까지 25년 동안 매달 10만원씩 납입했다.

원금만 따지면 3천만원을 부은 것이다.

A씨와 B씨가 가입한 연금신탁의 배당률이 연10%로 똑같다고 가정한다면 만55세가 되는 시점에서 원리금 기준으로 누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우선 A씨의 만기원리금은 납입원금 1천2백만원과 이자 2억2천2백14만원을 합해 모두 2억3천4백14만원이 된다.

B씨의 만기 원리금은 납입원금 3천만원과 이자 9천9백27만원을 합해 1억2천9백27만원이 된다.

A씨는 B씨보다 저축을 10년 앞서 일찍 시작한 덕분에 훨씬 더 적은 돈을 납입했으면서도 1억원이상 더 많은 돈을 타게 된 것이다.

만일 최근 고금리상황을 반영해 배당률이 연13.5%로 높아진다면 A씨는 6억5천2백만원을, B씨는 2억3천3백만원을 받게 된다.

금리차 3.5%포인트에 두 사람의 연금수령액은 무려 4억원 이상 차이가 나게 된다.

재테크의 타이밍을 일찍 잡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어릴 때 저축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중요하다.

서성호 〈신한은행 프라이빗 뱅킹팀 금융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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