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부주석 등장 후진타오]중국의 '숨겨둔 황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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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후진타오 (胡錦濤)가 16일 전국인민대표대회 (全人大)에서 국가부주석에 선출됨으로써 중국 '제4세대' 의 선두주자 자리를 굳혔다.

국가부주석은 원래 명예직 성격이 강하며 외국사절을 맞는 의전이 주업무. 그러나 베이징 정가에는 胡의 부주석 승진을 장차 국가주석직 승계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과거 덩샤오핑 (鄧小平) 이 당총서기.중앙군사위주석.국가주석 등 3대 요직을 차례차례 江주석에게 물려준 전례를 연상하는 것이다.

중국 지도층이 오랜 공을 들여 양성한 胡의 중용은 예견됐던 일이다.

상하이 (上海) 태생으로 칭화 (淸華) 대에서 수리 (水利) 분야를 전공한 그는 문화대혁명 당시 간쑤 (甘肅) 성 발전소에서 일하면서 당시 간쑤성 당서기였던 쑹핑 (宋平)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며 험한 일을 맡겨도 불평없이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로 덩샤오핑은 물론 후야오방 (胡耀邦) 과 차오스 (喬石)에게서도 칭찬받았고 파벌에 휩싸이지 않아 적이 없는 게 장점이다.

胡는 2002년에 개최되는 공산당 제16기 당대회에서 당총서기에 올라 대권을 잡을 공산이 커졌다.

그러나 8년 연상인 리루이환 (李瑞環) 정치협상회의 (政協) 주석, 동갑내기로 이번에 부총리로 승진하는 원자바오 (溫家寶) 등의 도전이 예상된다. 상하이방 (上海幇) 등 각 파벌간의 이해관계 조정과 군부장악 여부도 그에게 남겨진 숙제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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