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데뷔 30년 결산 두 기념잔치…조동진, 언더음악계의 '맏형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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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조동진은 불가사의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 서울 논현동 골목길에 어둠이 깔린 지난 8일 저녁. 그는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하나음악' 스튜디오에 언제나처럼 테없는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말없이 의자에 앉아 20년째 손때를 묻혀온 미제 오베이션 통기타를 꺼내들고 지긋이 선을 퉁겨본다.

그의 등뒤 녹음실 작은 창에는 장필순.함춘호 등 오랜 '음악동지' 들이 열심히 음정을 맞추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21.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합동콘서트 '98 꿈의 작업' (02 - 3474 - 2354) 연습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이 공연은 원래 '가요대부 조동진의 음악인생 30주년 기념공연' 이란 부제가 달려있었다.

조동진은 68년 '다시 부르는 노래' 를 작곡하면서 데뷔했으니 정확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손을 내젓는다.

"나는 늘 현재에 사는 사람이고 과거는 의미가 없다.

또 나보다는 후배들의 이름이 중요한 공연이니 그런 말을 쓰지 말라" 는 것이다.

조동진이란 이름은 사실 단수 아닌 복수형이 어울린다.

30년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낸 음반은 딱 5장.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며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제비꽃' 등은 한국가요의 이정표가 되는 걸작들이다.

하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그의 음악은 동료.후배들과 함께한 동인활동이 단연 두드러진다.

80년대 들국화.시인과 촌장, 90년대 김광석.안치환등 언더그라운드에서 떠오른 포크가수의 뒤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조동진의 음악이 커다란 인기보다는 꾸준한 반향을 얻으면서 후배 가수들의 수액으로 작용하는 것은 그 음악만의 '낮은 카리스마' 가 작용해서다.

나지막하되 울림 깊은 선율, 시를 연상시키는 탁월한 노랫말이 흔치않은 감동을 안겨준다.

이번 공연은 4천명을 수용하는 크고 좋은 무대환경에 힘입어 조동진 음악의 중후한 몸체가 유감없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반주부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두대가 동원돼 충만한 부피를 자랑한다.

여기에 깔끔한 포크록 가수 장필순을 필두로 세련된 팝.재즈 그룹 더 클래식과 낯선 사람들, 그리고 웬만한 가수 앨범마다 반주자로 등장하는 조동진 밴드와 데뷔곡 '그대와 함께라면' 으로 인기몰이에 나선 한동준.권혁진의 듀오 '엉클' 등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대미는 물론 조동진이 장식한다.

'행복한…' '나뭇잎..' 등 대표곡과 '넌 어디서와' '그날은 어디로' 등 96년 낸 5집의 수록곡이 오랜만에 대중앞에 연주된다.

강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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