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 거부하는 화물차주, 면허 취소로 강력 대응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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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총리의 표정이 단호했다. 평소 조용하고 신중한 편이지만 “후진적 시위 문화” “범법 행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격한 어휘를 사용했다. 최근 벌어진 화물연대의 ‘죽창 시위’를 두고서다. 한 총리는 20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폭력 시위 대응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비판과 경고를 쏟아냈다. 노동부·국토해양부·법무부·교육과학기술부·행정안전부·경찰청장 등 시위 관련 부처의 수장들 앞에서다.

그는 “국민 경제를 볼모로 한 불법 파업과 폭력 시위에 대해선 국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민주노총과 화물연대와 같은 후진적 시위 문화를 빨리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창 시위자들을 향해선 “국법질서를 흔드는 범법 행위”라며 “전원 검거하고 엄정한 사법조치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 운송 거부에 참여한 화물차주에 대해선 각종 정부 지원 대책의 중단을 포함해 운전면허 정지 및 취소, 화물 운송 자격 취소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 총리의 강도 높은 비판은 ‘죽창을 동원해 공권력을 짓밟았다’는 인식과 더불어 극렬한 노사 투쟁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한 총리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를 언급하며 “불법 파업이나 폭력 시위가 반복될 경우 국가브랜드를 크게 훼손시키면서 수출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경제 회생에 대한 온 국민의 희망에도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이며, 종국적으로는 국민 모두에게 고통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시위의 경우 폭력 집회가 될 우려가 있으면 불허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총리실 일반행정정책관실 이재영 과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도심의 교통 혼잡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를 불허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당분간 대규모 집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과격·불법 파업에 대한 매뉴얼을 구축하기로 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화물연대의 죽창 시위와 관련해 “죽창만 1000여 개 이상 등장하는 등 사전에 모의한 정황이 있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및 파업에 대비해서는 군 컨테이너 차량이나 비(非)화물연대 차량, 자가용 화물차 유상 운송 허용, 철도·연안 해운 수송 전환 등 비상수송 대책을 점검키로 했다. 특히 운송 거부 참가자에 대해서는 향후 운송업체와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업체의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과격 행위자에 대해선 면허를 취소하는 등 강력히 처벌하기로 했다.

건설노조의 총파업 돌입에 대비해선 4대 강 살리기 사업장 등 주요 국책사업장 인근의 사업장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사업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관용장비 2207대와 자가용 14만2000여 대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특별관리 대상도 정했다. 정부는 파업 발생 시 파급 효과가 큰 자동차 및 철도 등 15개 사업소를 핵심사업장으로 선정해 분규 예방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우려가 있는 사업장 356개는 취약사업장으로 분류해 관리하기로 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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