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106까지 무려 세 수를 들여 두 점을 잡았다. 애당초 죽어 있던 돌을 잡기 위해 백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중앙엔 우수수 흑의 군사가 쌓여간다. 그렇게 몰매를 맞는 동안 백△는 저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다. 쿵제 7단은 하도 후회스러워 거듭 땀을 닦아내고 있다. 백△가 107 자리에 놓였더라면 전황은 180도 달랐을 것이다. 백이 공격하고 흑은 쫓겼을 것이다. 중앙은 백의 주도권 아래 들어갔을 것이다. 107이 떨어졌을 때 쿵제는 이판사판의 심정이 되고 만다. 지금이라도 ‘참고도’ 백1로 뛰어 두면 약간 불리하지만 긴 승부다. 그러나 실컷 매를 맞고 이곳을 후수로 두자니 흑2가 뻔하다. 백△의 체면이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고 만다.
쿵제는 두 눈 딱 감고 108로 젖혔다. 무리수라는 걸 알고 있지만 백△의 체면을 이렇게라도 세워주고 싶었다. 그러나 109로 막히자 갑자기 중앙 일대가 새카매졌다. 흑의 엷음은 깡그리 사라졌고 자칫 통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갇힌 백 대마는 후수로 살아야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