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당이 걸림돌” vs “호남당이 디딤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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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17일 오후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 최근 민주당이 추진 중인 무소속 강운태(광주 남구) 의원의 복당에 반대하는 당원 30여 명이 정 대표를 향해 달려들자 당직자들이 이를 막으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장면2=18일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정 대표는 “MB악법을 막아 야 한다”고 말을 꺼냈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당내 현안에 집중됐다. “호남 물갈이론에 대한 입장은 뭐냐” “전국정당화 전제 조건이 ‘탈(脫)호남’이냐” 등이었다.

5·18 민주항쟁 29주년을 맞아 광주로 내려간 민주당 지도부의 1박2일은 고달팠다. 4·29 재·보선을 기점으로 ‘호남 문제’가 다시 당내 갈등의 핵심 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크게 두 갈래다. ‘전국정당론=뉴 민주당 플랜=정동영 복당 시기상조’라는 수도권 그룹 중심의 당 주류 측 입장과 ‘텃밭강화론=우경화 반대=정동영 조기 복당’이라는 호남 출신 중심의 비주류의 주장이 맞부딪친 양상이다.

갈등의 시발점은 대선 패배의 당사자인 정동영 전 장관의 복귀다. 수도권 그룹의 지원으로 당 대표가 된 정세균 대표는 “전국정당화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정 전 장관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선거 결과로 문제는 커졌다. 전주에선 ‘정동영-신건 무소속 연합’이 압승했고, 광주와 전남 지방의원 선거에선 민주노동당에 패했다. 정 대표는 “정 전 장관을 공천했다면 수도권 승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지만 비주류들은 “호남 지역주의를 내치면 지지세력만 분열시킬 것”(민주연대 우원식 대변인)이라고 반격했다. 이 같은 논쟁은 정 전 장관 복당 문제를 둘러싸고 “(탈당 후) 1년 이내 복당은 어렵다”(정 대표)는 주류와 “6월 임시국회 직후 복당시켜야 한다”(최규식 의원 등)는 비주류 간에 벌어졌던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광주·전남 쟁탈전=전북에서 시작된 문제가 광주·전남으로 옮겨 붙게 된 건 무소속 강운태 의원의 복당 문제였다. 강 의원은 재·보선 직후 정 전 장관과 정 대표 측으로부터 모두 러브콜을 받았다. 정 대표가 “복당을 검토해 볼 수 있다”(4일)며 정 전 장관 복당 문제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자 정 전 장관 측에선 “정 전 장관의 운신의 폭을 좁히려는 지도부의 꼼수”(재선 의원)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강기정 대표 비서실장의 ‘호남쇄신론’이다. “광주시장 후보로 깜짝 놀랄 만한 제3의 인물을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 “시의원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12일)는 등의 발언이 지역 언론에 보도되자 파장이 커졌다. 그러자 정 대표는 이날 “강 의원이 비서실장 자격이 아니라 국회의원 자격으로 한 말”이라면서도 “당 혁신기구를 만들어 확실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호남 쇄신론’에 무게를 실었다.

임장혁·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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