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 연극 통해 창의력·자신감 키워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9면

연극의 교육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경희 한암예술단장. 조영회 기자

천안시 쌍용동에 위치한 사찰 한암사. 이 사찰이 매주 토요일 들썩인다.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고 연방 아이들이 드나드는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한암예술단’이다. 2005년 창단된 한암예술단은 올해 6번째 정기공연 ‘백설공주’를 무대에 올렸다. 한암사의 주지인 원철스님이 집필한 창작뮤지컬 ‘백설공주’는 중생들의 고통스런 삶과 애환을 불교적인 본성의 깨달음으로 그려냈다.

단원들이 오르내리는 소극장의 계단은 현실과 이상을 연결시켜주는 통로다. 지하실에서 아이들은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본래의 모습인 ‘학생’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암사는 2004년 소극장을 개관하고 이듬해 예술단원을 모집해 ‘한암예술단’을 만들었다. 문화예술의 불모지 천안에서 소극장, 그리고 사찰과 예술단이란 조합을 착안해 낸 것은 한암사 주지 원철(50) 스님. 연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엔 우여곡절도 많았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0여 명의 단원은 단체 생활을 낯설어 했다. 연습시간에 늦어 혼이라도 내면 다음 연습 때 나오지 않았다. 붙잡아놓고 설득도 했지만 허사였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변했다. 배역을 맡고 대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갈수록 연극에 빠져들었다. 눈빛부터 행동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붙었다. 무대에 오르면서는 관객과 소통하는 법도 배웠다. 연극을 통해 배운 소통은 학교생활로 이어져 이른바 ‘인기 짱’이 됐다. 연극에서의 자신감이 학교에서도 빛을 발한 것이다.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자신감뿐만 아니다. 단체생활을 통해 멤버십과 사고력, 창의력을 배운다. 무대 뒤에서 숨죽이며 차례를 기다리고 무대 위에서 열연하는 친구들을 보며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실수를 할 때면 “괜찮아~”라며 격려해준다.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땀을 흘린 친구와 동료애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춘기 단원들은 무대 위의 또 다른 나(배역)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때론 ‘나’라는 틀을 깨기도 한다. 한 편의 연극을 끝낸 뒤 단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뭐든지 하고 싶다, 할 수 있다”란 소리다.

단원들이 자아를 찾아가고 성숙한 데는 차경희(41) 단장의 노력이 컸다. 여섯 살 코흘리개부터 청소년단원까지 그의 애정 어린 가르침을 받지 않은 단원이 없다. 작은 배역 하나하나 자신감을 심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며 예술단을 이끌어왔다. 한암예술단의 어머니이자 단원들의 친구인 차 단장을 아트홀에서 만나봤다.

-어떻게 맡게 됐나.

창작뮤지컬 '백설공주'.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다니면서 천안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 후 1996년 결혼 해 가족들과 천안에 내려왔고 그 때 광덕 한암사에 있던 원철 스님을 알게 됐다. 원철 스님이 어린이를 위한 예술단도 기획 중인데 함께 해보자고 권했다. 당시만 해도 천안이 문화적으로 소외돼 예술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성공은 반신반의했다. 아이들을 모집하고 무대에 설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가.

“매년 2월에 정기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번 공연 때는 총 500여 명이 관람했다. 객석 점유율도 점차 늘고 있고 어린이단원의 기량도 많이 발전했다. 무대 위의 희열을 맛본 아이들은 계속 무대에 서도 싶어 한다. 공연의 횟수만큼 성숙해지는 아이들을 볼 때 자부심을 느낀다.”

-예술단의 규모는.

“정 단원 20명과 명예단원 12명이 있다. 정 단원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 매주 연극교육을 받고 명예단원은 예술단을 3년 이상 또는 정기공연을 3회 이상 무대에 오른 아이들로 구성된다.”

-단원들은 어떤 교육을 받나.

“매주 토요일 3시간의 수업을 받는다. 무용과 성악, 화술을 1시간씩 배우는데 무용을 통해서는 기초체력을 단련을 한다. 성악시간에는 발성과 기본적인 성악, 화술시간에는 직접 연기와 발성·대본 읽는 법을 배운다.”

-예술단의 운영은.

“단원들에게 회원 운영비로 한 달에 7만원씩 받는다, 예술단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공연장은 한암사 내에 아트홀이 있어 대관료가 필요 없다. 그밖에는 원철스님과 예술단 운영 보살들이 후원해 준다. 이렇게 운영비를 아껴 매 년 정기공연을 무료로 올릴 수 있었다.”

-예술단을 통해 얻는 것은.

“우리 예술단은 연기자를 양성하는 단체가 아니다. 종합예술인 연극을 통해 아이들을 깨우치게 하는 게 목표다. 연극 속에는 멤버십, 사고력, 창의력 등이 포함돼 있다. 공연할 때 자기무대가 끝난 단원들은 분장실에 들어가 쉴 텐데 무대 위 친구들을 지켜보고 응원을 보낸다. 친구가 실수를 했다면 ‘괜찮아, 잘 했어!’라며 격려해준다. 끈끈한 동료애가 형성된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단원들은 무대 위 또 다른 나(배역)를 연기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연극을 끝내고 가장 많이 듣는 말도 ‘뭐든지 하고 싶어졌어요! 학교에서도 자신감이 생겼어요!’다.” 단원모집 문의 (041)592-4747.

조민재 인턴기자 m9660@naver.com

<차경희 단장 약력>

·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 경기도 도립극단 상임단원

· EBS교육방송 성우 14기 공채입사

· ‘동련’ 불교어린이지도자 구연동화 선임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