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해외서 날 모르니까 되레 용기가 나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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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 영어로 연기한다는 게 정말 말이 안되잖아요. 하면서도 '말도 안돼' 이런 생각 수도 없이 했어요. 그래도 앞으로 후배들이 해외 진출한다고 하면, 도움말은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국적 합작 영화 '블러드(원제 Blood: The Last Vampire)'에서 원톱 주연 '사야'를 소화한 전지현(28)이 고생스러웠던 촬영 일정을 돌이키며 고개를 저었다. 전지현은 최근 본지와 함께 한 밀착 인터뷰에서 "'블러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도전이었다"며 "처음엔 두려웠지만, 이제는 뿌듯하게 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러드'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원작을 바탕으로 일본·프랑스·홍콩 자본이 합작한 다국적 영화. 프랑스 출신 크리스 나흔 감독과 홍콩 출신 무술 감독 원규 등 다국적 스태프와 출연진에 영어 대사로 이뤄졌다.

"해외 진출 한국 여배우로선 거의 처음이다보니 모든 걸 온몸으로 부딪쳐 깨우쳐야 했어요. 영어 대사는 물론이고 해외 나갔을 때 부닥치는 상황들이 전부 낯설었죠. 하다 못해 영어 발음 코치만 해도 여러명을 바꿔가며 시행착오를 한 걸요. 그래도 앞으로 또다른 해외 영화를 위한 준비는 된 것 같아요."

내달 개봉을 앞두고 최근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서 전지현은 능숙한 영어 인터뷰를 선보였다. 영어 실력을 칭찬하자 "지금 하라면 그렇게 못할 것 같다"며 "그 때는 정말 다 열심히 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부터 시작해서 나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전지현은 '블러드'에서 인간들 틈에 끼어사는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뱀파이어 헌터' 사야를 맡았다. 고난이도 액션 연기가 필수인 사야 역할을 위해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해서 현재까지도 탄탄한 복근을 자랑한다. 와이어 액션과 180도 돌려차기 등 강도 높은 액션 신에 대해 그는 "다시는 액션 영화 안 하겠다고 다짐했을 만큼 힘들었다"며 "그래도 원규 무술 감독님이 워낙 잘 잡아주셨고, 그 욕심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촬영하고 연기했으면 편했겠지만, 배우로서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게 두려웠어요. 해외에 나가보니 전지현이라는 사람을 모르더라고요. 저에 대한 생각이나 편견, 이미지 같은 것이 없으니까 오히려 새롭게 그려나갈 용기가 생겼어요. 아무리 고생스럽고 힘들어도, 돌아보면 정말 소중한 경험이예요."

제작비 3500만 달러를 들여 중국ㆍ아르헨티나 등을 오가며 제작된 '블러드'는 5월 29일 일본을 시작으로, 유럽ㆍ미국 등에서 개봉된다. 국내 개봉은 6월11일.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동영상=㈜코랄픽쳐스 제공

<아래 동영상에서 전지현이 사야 캐릭터를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영화 '블러드'의 메이킹 필름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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