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쳐 수치 만난 미국인은 퇴역 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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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얀마의 대표적인 민주인사 아웅산 수치(63) 여사의 집에 몰래 들어갔던 미국인은 베트남전 퇴역 군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15일 보도했다. 이 미국인은 3일 호수를 헤엄쳐 수치 여사의 집에 몰래 들어가 이틀간 머물렀다가 빠져나오다 미얀마 군인들에게 체포됐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존 윌리엄 예토(54)라는 이 퇴역 군인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으며 미 보훈부가 지급하는 장애연금 수령자다.

그의 가족들은 “예토가 3주 전 베트남전에서 실종된 전우들을 찾기 위해 아시아로 간다며 고향인 미주리를 떠났다”고 밝혔다. 그가 수치 여사 집에 들어간 데 대해 그의 전 부인은 “수치 여사와 단지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백인과 아메리칸 원주민 사이의 혼혈인 예토는 집이 불타고 아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등 불행하게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 여사의 변호인은 “수치 여사가 예토에게 수차례 나가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얀마 현지 신문들은 “미얀마 당국이 수치 여사에게 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군정 치하의 미얀마에서는 일몰 이후 방문한 사람은 친족이 아니면 모두 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외국인 손님은 현지인 집에서 하룻밤도 체류할 수 없다. 로이터 통신은 “수치 여사가 옛 수도인 양곤의 정치범 수용소인 ‘인세인 교도소’로 이송돼 18일로 예정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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