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프리텔배 제6기 배달기왕전 예선전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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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홍익동 한국기원에 가면 2층에 커다란 대회장이 있다. 조그만 방으로 나눠져 유명기사들이 본선이나 도전기를 두는 4층과 달리 이곳 대회장은 신인이나 무명기사들, 지방기사들, 여성기사들과 노장기사들이 함께 모여 예선전을 두는 곳이다.

지난 24일 꽁꽁 닫혀있던 이곳 한국기원 2층 대회장이 오랫만에 문을 열었다.

한국통신프리텔배 제6기배달왕기전 예선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 대회가 고대하던 올해의 첫 예선전이었다.

모처럼 모인 프로들은 오랫만의 대국에 감개어린 모습이었다.

국내 14개기전의 예선전은 시차를 두고 연중 계속되지만 그래도 새해 시작과 함께 가장 많이 치러졌다. 그러나 올해는 대국료가 없는 승단대회나 아마대회말고 이곳에서 프로대회가 열린 적은 없다.

IMF 한파가 기전들의 출발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정표를 보면 1월에 박카스배 천원전과 기성전 예선전이 열렸으나 올해는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

박카스배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 앞당겨 치러졌다. 기성전은 연기됐다.

매년 12월이나 1월에 롯데배한중대항전 예선전이 열리곤 했으나 올해는 롯데배 자체가 중단됐다.

지난해 2월엔 대왕전과 국수전이 열렸었다.

그러나 제16기대왕전은 주최측인 대구매일신문이 1년간 중단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올해는 열리지 않았다.

지난 41년간 타이틀전이 끝나기도 전에 어김없이 시작되던 전통의 국수전도 약간 늦어지고있다.

한국기원은 "국수전은 3월에 예정대로 시작될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바람에 프로기사들은 대국수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1월엔 201국이 두어졌으나 올해 1월은 불과 40국이 두어졌다.

2월들어 사정이 나아져 지난해 221국에 올해는 25일 현재 98국이 두어졌다.

조훈현9단과 이창호9단같은 초일류들은 1, 2월에 도전기만 7국을 두었고 동양증권배와 LG배등 세계대회도 있어 여전히 바빴다.

그러나 일류기사들도 영향을 안받는 것은 아니다.

양재호9단은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가 갑자기 한가해졌다. 올해들어 바둑을 겨우 한판 두었다."

며 어이없어 했다.

한국기원 정동식 사무국장은 "국내 14개기전중 1, 2개는 중단될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심기전은 아무 이상이 없다. IMF시대의 심리적 영향으로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지만 3월부터는 정상패턴을 되찾을 것" 이라고 장담한다.

50년대의 보릿고개도 꿋꿋이 넘겨온 바둑계는 IMF한파에도 끄떡없을 것이란 얘기도 덧붙인다.

하지만 기업과 언론이 주 스폰서인 바둑계도 스폰서의 동향에 따라 군소기전이 정리되는 등의 구조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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