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주부들 필요한만큼 쓴 뒤 "물러주세요"…홈쇼핑 물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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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집들이를 치뤘던 주부 姜모 (39.서울강서구염창동) 씨는 케이블TV 홈쇼핑을 통해 구입한 1백만원대 그림과 70만원이 넘는 장식장, 20만원짜리 대형 교자상을 집들이가 끝나자 모두 반품했다.

姜씨는 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구입할 경우 하자.사용여부를 떠나 한달이내면 무조건 바꿔준다는 규정을 알고는 사용한 제품을 다른 물건으로 교체하고 1백만원은 환불받았다.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이후 반품규정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고 필요한 만큼 사용한뒤 돌려주는 '얌체주부' 가 늘고 있다.

LG홈쇼핑의 경우 최근 두달동안 반품건수가 2만4천여건으로 IMF전보다 2천여건 이상 증가했다.

39쇼핑도 반품건수가 같은 기간동안 3%정도 늘었다.

백화점의 경우는 사용하지 않은 조건으로 7일 이내면 교환.환불을 해주는데 IMF시대 이후 한달동안 모피.가구등 고가품의 반품이 10%이상 급격히 증가했었다.

각 홈쇼핑 업체의 월평균 주문건수는 20만건. 이중 5~7%인 월 1만여건이 반품되는데 업체들은 이런 얌체주부들의 반품건수를 월5백건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홈쇼핑업체들이 다른 유통업체들보다 긴 반품기간을 만든 것은 홈쇼핑 특성상 TV화면이나 카다로그를 보고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 제품의 촉감을 느낄 수 없어 신뢰도가 떨어지는 점을 보완키위해 '일단 써본뒤 마음에 안들면 반품하라' 는 것이다.

현재 국내 홈쇼핑업체들이 '요주의' 로 취급하는 대표적 반품품목은 완구류.그림.고가의류.보석.생활용품등. 유아용 장난감은 2~3주 써본후 아이들이 장난감에 질릴만하면 다른 완구로 바꿔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화장품은 " '피부에 맞지 않아 부작용이 있다' '향이 마음에 안든다' 는등 갖가지 불평속에 텅빈 화장품 껍데기만 돌아온다" 고 홈쇼핑 관계자는 말한다.

건강식품인 녹용액기스는 한달분 30포중 25포나 먹고 반품한 고객도 최근 10여건이 됐을 정도. 각종 행사 참여가 많은 연말연초에는 보석.고가 의류가 단골 제품. 보름정도 착용한뒤 '마음에 안든다' 며 반품하는게 다반사. 연간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미국의 홈쇼핑업체인 QVC.HSN사도 반품기간은 우리나라와 같은데 반품율이 10%가 넘을 정도. 그중 이런 얌체 반품이 평균 30%나 돼 골치를 앓고 있다.

이때문에 수시로 반품하는 고객은 별도의 명단을 만들어 아예 주문시부터 특별관리를 하고 있을 정도. 반면 반품제도를 톡톡히 활용했다는 주부 金모 (38) 씨는 "원피스를 구입, 일주일간 입고나니 색상과 끝마무리가 부족해 제품에 실망했는데 반품이 가능해 편리했다" 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이 서비스를 도입한 LG홈쇼핑 길광민 (吉光玟) 부장은 "얌체주부들이 늘면 결국 그만큼가격 상승 요인이 생기게 되는 셈" 이라며 "아직까지 우리나라 고객은 미국보다 양심적이라 별도의 특별관리는 하고 있지 않다" 고 했다.

현재 홈쇼핑에서는 배달은 물론 반품받을 때도 직원이 직접 수거해 오고 있는데 1회당 수거비용은 2만원꼴. 따라서 업체들은 보통 원가의 3%정도를 반품비용으로 산정하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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