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아시아 위기로 엇갈리는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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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로 호주 경제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관광수입이 급격히 감소해 경상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반면 인도네시아의 정국 불안으로 화교들의 투자이민이 3배이상 늘어나는 반사 이익도 누리고 있다.

호주 통계청은 지난해 89억달러를 기록한 관광업 수입이 올해에는 20~25% 줄어들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당초 관광 수입이 올해에도 4~5%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이처럼 수정된 것은 지난해 12월 한달간 한국인 관광객이 무려 66%나 감소한 것을 비롯해 아시아 관광객이 24%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11월 5억9백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는 12월중 5억9천만달러의 적자를 내 최근 2년6개월중 가장 큰 적자폭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 6개월간 미 달러에 대한 호주 달러의 통화가치가 11%가량 하락하자 통화 위기의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위기로 인한 '어부지리' 도 만만치 않다.

인도네시아 위기가 계속 심화되자 인도네시아 부의 73%를 차지하고 있는 6백만 화교들의 호주 투자이민이 늘고 있다.

자카르타 주재 호주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투자 이민자수는 1백30명을 기록, 월 평균 40명보다 3배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호주로 흘러들어간 화교 자금만해도 무려 10억달러에 이른다.

호주 이민국은 지난 96년 하반기~97년 상반기에 약 1천명을 기록했던 투자 이민자 수가 97년 하반기~98년 상반기에는 1천4백명선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호주 경제의 앞날에 안도감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이민 증가에 힘입어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찾고 있다는 점. 줄곧 제자리 걸음에 그쳤던 호주의 주택관련 대출이 지난해 12월 1.3% 증가한 것을 비롯 건축허가도 0.8%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의 호조로 제조업과 관광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을 건설업 등이 흡수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98년 경제성장률도 지난해보다 0.9%포인트 증가한 4%로 예상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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