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朱鎔基의 중국]2.국유기업 대수술…적자·실업 맞물려 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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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은 계속된 적자로 경제 개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국유기업 문제다.

또 국유기업의 개혁에 따라 발생할 약 1천만명에 달하는 실업사태, 아시아 통화위기로 인한 대외수출 감소세 등도 올해 중국 경제의 주요 과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황제' 로 일컬어지는 주룽지 (朱鎔基) 의 경제정책은 국유기업 개혁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유기업 개혁은 엄청난 규모의 적자와 대량 실업사태, 사회주의 기업체제의 비영리성 등 숱한 난제에 떼밀려 그동안 표류를 거듭해온 게 사실이다.

홍콩 언론은 국유기업 개혁에 본격 착수한 朱를 두고 "주룽지가 드디어 국유기업의 지뢰밭에 들어갔다.

언제 지뢰를 밟을지 모른다" 고 비유했다.

朱는 그러나 이같은 보도에 대해 "밖에서 걱정해주니 어쨌든 좋은 일이다.

이미 지뢰밭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라면 먼저 방직업 지뢰를 밟아야 하지 않을까" 라고 대범하게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총리 취임후 가장 먼저 맞닥뜨릴 분야가 바로 방직업종 국유기업의 개혁이다.

朱는 사양산업이면서 다른 업종에 비해 적자폭이 크고 전형적인 노동집약형 업종인 방직업을 국유기업 개혁의 돌파구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3년내에 방직업종의 국유기업을 개혁, 모두 1백20만명에 이르는 잉여 인원을 정리할 방침이다.

주룽지 총리의 경제팀은 방직업 이외에 병기 (兵器) 제조업과 석탄 관련 업종의 국유기업을 다음 개혁 프로그램의 대상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朱는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주식제 도입 외에 구조조정.합병.임대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이 지난해 15차 전국대표대회 (15大)에서 천명한 '주식제 도입' 과 관련해 국유기업 개혁의 유일무이한 방법이라는 외부의 인식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유제의 적극적인 도입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대입장을 지니고 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사유제로써는 중국을 구할 수 없다" 고 단호하게 발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두 1조위안 (약 2백20조원) 의 자금이 들어갈 국유기업 개혁은 금융개혁과 함께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중국의 은행들은 각 지방정부와의 정실관계를 통한 부외 (簿外) 거래.부실대출 등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태다.

朱는 부실채권에 대비하기 위한 은행 충당금으로 4백억위안 (약 8조8천억원) 을 마련하는 한편 3백억위안의 별도 기금을 조성해 은행 경영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실대출과 경영상 적자를 기록하는 은행장에 대해선 일괄 면직시키는 등 지방정부와 은행의 불법거래를 뿌리뽑겠다는 방침이다.

92년 덩샤오핑 (鄧小平) 의 남순 (南巡) 이래 과열기미를 보였던 중국 경제를 연착륙시키는데 성공한 朱가 국유기업과 은행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중국 경제를 다시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지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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