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시급한 청소년 실업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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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말 금융외환위기로 촉발된 경제충격은 일정한 시차 (時差) 를 두고 노동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각급학교를 졸업하는 청소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인 3월에는 실업률이 급등하고 또한 기업의 고용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올 여름까지 실업률의 가파른 상승은 지속될 것이다.

올해 전체로 보아 경제성장률이 0% 수준일 경우 실업률은 대략 5%, 실업자수는 1백1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되는 실업자를 크게 셋으로 분류하면 기업의 폐업.도산이나 정리해고로 인한 비자발적 실직자가 약 30%, 본인의 여건이나 희망에 따라 일자리를 떠나는 자발적 실직자가 약 30%, 그리고 신규 대학졸업자 등 학졸자 중 취업하지 못한 실업자가 약 40%가 될 것이다.

이중 첫째 실직자 계층만이 고용보험이라는 사회적 안전망의 보호를 받을뿐 나머지는 실업의 책임이 본인에게 주어지게 된다.

최근의 실업정책은 대부분 비자발적 실직자에 초점을 두고 있어 우리나라 미래의 일꾼인 신규 학졸자에 대한 관심과 정책배려는 소홀한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이들이 조직돼 있지 않아 자신의 이익을 집단목소리로 표현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들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노동시장정책은 주로 기존근로자의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청소년 실업률은 20%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OECD의 한 연구보고서는 '유럽에서는 노동시장의 외부자 (outsider) 의 희생을 토대로 내부자 (insider) 의 고용안정이 추구되고 있기 때문에' 고실업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은 물론 공공부문의 경우도 신규채용의 감축이 예상된다.

각급학교의 취업담당자들은 올해 취업률은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아래 많은 학생들은 휴학을 하거나 조기입대를 선택하고 있다. 즉 이들은 현명하게도 경기침체기의 실업보다 비경제활동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실업하게 되면 그 이유야 어떻든 경력에 흉터 (scar)가 생기게 되는데, 이 흉터는 일생을 두고 취업을 위협하게 된다.

고 (高) 실업을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이러한 흉터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공공부문의 청소년 고용 확대, 직업교육훈련의 개혁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청소년 실업률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청소년 실업대책은 노동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선 능력있는 외부자가 무능한 내부자를 대체할 수 있도록 시장으로의 입직 (入職) 과 퇴출을 넓혀야 한다.

특히 기업은 퇴출관리라는 새로운 관리영역에 대비해 인적 자원에 대한 공정한 평가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하고, 기존의 연공서열형 인사.보수관리로부터 탈피해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관리체제로 일대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내부자.외부자 문제를 균형있게 대처해야 한다.

기존 근로자든 청소년 실업자든 모두 우리 사회의 귀중한 인적 자산이기 때문에 어느 한편에 치우친 정책은 노동시장의 효율적 배분기능을 왜곡하게 될 것이다.

국가경쟁력은 바로 청소년의 경쟁력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이 취업경력의 흉터를 갖지 않도록 각별히 대처해야 한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약 40만명의 취업예정자는 의중임금 (reservation wage) 을 대폭 낮추어야 한다.

올해 실질임금 감소가 약 10%, 고용감소가 약 10%라면 청소년은 일자리에 대한 기대수준을 20%이상 낮춰야 한다.

과감히 중소기업에 취업해야 하고 기능이 부족하면 직업훈련을 받아야 한다.

실업이라는 흉터는 청소년 본인의 자존심에도 깊은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청소년의 졸업이 인생의 새출발로 축복받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 (IMF) 을 졸업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 모두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어수봉〈한국노동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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