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가 있는 아침 ] - 우산 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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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산 속
-문삼석 시, 민경순 그림

우산 속은

엄마 품 속 같아요.

빗방울들이

들어오고 싶어

두두두두

야단이지요.



소리를 시늉해 말을 만들고, 모양을 흉내내 말을 꾸미는 일에 어린이를 따를 수는 없을 터. 그 어린이의 시늉말을 빌려오는 데는 또한 동시인이 으뜸. 비가 마구 오는 날, 우산 속으로 비를 피할 수 있어 안심한 아이의 속내에 대비되는 위험한 빗소리, "두두두두". 그 대비와 소리시늉말의 어울림으로 빚어낸 시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니 군소리가 되었다. 설명하지 말고 그냥 느끼고, 느껴지는 대로 표현해 보자. 우산 속으로 간신히 비를 피한 개구리가 있고, 그 개구리 귀에 들리는 비 듣는 소리는 "두두두두"일까, 아니면 어떤 다른 시늉말일까, 개구리를 따라 귀 기울여 보자.

박덕규<작가>

◇필자약력 ▷경희대 국문과 졸. 1980년 ‘시운동’통해 등단 ▷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94년 ‘상상’ 통해 소설가 등단 ▷시집 『아름다운 사냥』 소설집 『날아가 거북이!』등 ▷현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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