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화자산, 환율상승으로 애물단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환율상승 탓에 은행의 외화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해 은행경영을 위협하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말 대부분 시중은행의 외화자산비중이 50%에 육박하고 최근 환율을 적용하면 일부 은행은 외화자산이 전체 운용자산의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화로 굴리는 자금이 원화자금 규모와 비슷하거나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 외화자산이 은행에 돈을 벌어주기보다 적자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중 한두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에서 외화자금 조달금리가 운용수익률을 넘는 역마진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은행들이 외화자산의 규모를 필사적으로 줄였으나 환율이 두배 가까이 오르는 바람에 원화로 환산한 외화자산의 비중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기업들의 외화 상환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무릅쓰고 지난해 외화자산 규모를 은행별로 15~20%가량 줄였다.

그러나 전체자산에서 차지하는 외화자산의 비중은 외화거래의 취급규모가 큰 외환은행의 58.5%를 비롯, 한일.조흥은행이 40%대, 상업.신한.서울은행이 30%대로 전년말에 비해 4~5%포인트씩 커졌다.

여기에다 지난해 연말환율인 달러당 1천4백15원20전 대신 연초 이후 실제 거래환율 (평균 1천7백원선) 을 적용하면 외화자산 비중은 평균 50%선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런 상황에선 원화자금으로 아무리 장사를 잘 해도 외화쪽에서 역마진이 나면 은행의 경영실적이 나아질 재간이 없다.

은행권에선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외화조달 금리를 연 10~15%인 반면 이미 장기로 깔아놓은 외화자산의 수익률은 연 8%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무더기 적자를 본 은행들은 벌써부터 올 상반기에도 또다시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