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열며]일치와 화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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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잘못 행동한 대가가 얼마나 크다는 것을 우리는 오늘의 금융위기.경제위기를 보며 절감한다.

또 우리의 능력이 얼마만큼 되는지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작은 힘의 자만에 의한 판단부족들이 위아래로 연결돼 일어난 결과라고나 할까. 고대 그리스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자기 자신을 알라' 고 인류에 소리높이 외쳤지만 우리사회는 그런 것을 망각한 채 실상이 아닌 허상 (虛像) 속에 살아왔다.

국제통화기금 (IMF) 금융지원을 처음 받게 될 때 우리는 그 가혹한 조건에 경악했다.

그러나 처음 3%선으로 합의했던 GNP성장률을 이제 다시 1%이하로 하향조정하고 있고,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5%에서 9%로 악화돼 간다.

단기외채의 문제가 성공적으로 연장된 지금에도 환율이 1천6백선을 오락가락하며 고금리가 계속되고 있으니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가를 알 수 있다.

대통령당선자는 1년반만에 IMF의 지배에서 벗어날 것을 국민에게 약속했으나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 우리의 문제들이 그리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우리는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는 전문가들의 연구와 정부의 정책, 각 기업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치와 조화를 위한 국민적 뒷받침이 없이 이 늪에서 우리나라가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요적.획일적 일치보다 자각적.협력적 일치가 우리에게 매우 심각하게 요청되는 때다.

노사정 (勞使政) 합의가 있었고 정치권에서도 한국의 위기와 국민감정을 감안해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한 대립이야말로 우리 상황에서는 자살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우리의 곁에는 강대국 일본이 있고, 중국이 있고, 러시아가 있으며 착실하게 발전하는 작은 용들이 있다.

아시아에서만 해도 한국은 안전지대가 아니었고 , 지금은 더욱 위기상황에까지 들어와 있다.

심한 풍랑의 배속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다행히 노사쟁의도 많이 줄어들었고, 그리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정치권에서 더 많은 협조가 필요하다.

일치와 화해를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사안이 어떤 긴급성과 중대성을 가지는 가를 알고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는 일이다.

일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물론 시각에 따라 서로 다르겠지만 우선적 중요성을 가지는 것을 먼저 앞세워 해결해야 한다.

가령 기업자체가 해결불가능의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몫만 챙긴다면 부도와 파산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정치권도, 국민도, 대학사회 구성원도 자기 몫만 챙겨서는 근본을 살릴 수 없다.

잘 돼나가도록 뒤에서 도와줘야 한다.

'대학' 이라는 책에 '사물에는 근본과 끝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마침이 있으니 앞에 할 것과 뒤에 할 것을 잘 알면 진리에 가깝다' 고 말하고 있다.

서기 2000년에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게 되는 원불교의 2대 종법사 정산종사는 인류가 지켜야 할 세가지 화합의 윤리 (三同倫理) 를 발표한 바 있다.

첫째, 다양한 종교의 근본 뿌리는 만고불변의 우주 근본진리에 근거해 있으므로 함께 일치화합해 진리의 은혜가 나타나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둘째, 다양한 인류가 우주기운의 한 근원에서 나왔으니 함께 일치화합해 진리의 은혜가 나타나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기관이 전개해 있으나 그들은 인류행복을 위한 공동개척의 수단들이므로 함께 일치화합해 진리의 은혜가 나타나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자기만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은 금물이며 일치와 화합은 국가나 국민.기업의 경쟁력까지 높이는 근원이 된다.

자율적인 일치와 화합을 높여나가는 모든 노력이 갈구되는 때다.

일치와 화합을 통해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잘 해내는 한국사람들이 되는 것이 우리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다.

송천은 〈원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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