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대한ST 인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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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포스코는 12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대한전선 계열사인 대한ST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대한ST의 지분 19.9%를 가진 2대 주주로 대한전선 지분(80.1%) 중 65.1%를 인수해 전체 지분을 85%로 늘릴 계획이다.

매각 대금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8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실사와 7월 이사회 승인 후 인수 대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ST는 2007년 대한전선이 스테인리스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화하고 포스코의 지분 참여로 설립된 회사다. 대한ST 또는 포스코 브랜드로 스테인리스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김해용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의 대한ST 인수는 대한전선의 자금난 해소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금난을 겪고 있는 다른 중견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희 포스코 사장은 이날 “2011년까지 대한ST와 임가공계약이 체결돼 있어 스테인리스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지만 시장 상황에 따른 탄력적인 공장 가동을 통해 국내 냉연 제품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의 김영한 상무는 “지난해 연말 사옥 매각 및 증자(1000억원), 대한ST 매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지분을 전량 매각하지 않고 2대 주주(15% 보유)로 남는 것은 지분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스테인리스 시장에 대한 영향력 강화와 함께 향후 포스코의 인수합병(M&A)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서울대 특강에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구조조정의 막바지에 이르는 시점이고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M&A를 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월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제철소를 새로 건설하는) 그린필드 방식이 아닌 (기존 제철소를 인수한 뒤 보강 투자하는) 브라운필드 방식으로 투자와 M&A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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