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요즘 은행들 돈벌이 왜 시원찮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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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은행의 돈벌이가 시원찮다. 일단 지난해 4분기에 적자에서 올 1분기엔 소폭 흑자로 돌아서며 은행들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과 같은 은행 고유업무에서의 이익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자이익은 대부분 예대마진으로 구성된다. 비이자이익은 수수료 이익, 신탁 이익, 유가증권 관련 이익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 은행의 경우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극히 높다. 총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내외에 이를 정도다.

물론 우리은행이 현대건설 등의 주식을 팔아 1600억원의 수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총이익을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딱 한번 먹고 치우는 일회성 이익에 불과하다.

안정적으로 은행을 경영하기 위해선 이자이익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기 업은행 등 6개 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5조264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3022억원(19.8%)이 줄었다. 예대마진이 급감한 탓이다. 예대마진을 늘리려면 은행은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해 높은 금리로 빌려줘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이게 어려워졌다. 은행들은 돈줄이 마르자 지난해 말엔 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7%대로 높였다. 연 7~8%의 금리로 후순위채도 발행했다. 이처럼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은행은 대출금리를 높여 마진을 확보해야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은행이 대출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내려가는데도 대출금리를 올리면 엄청난 반발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이 변동금리부 대출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3개월짜리 CD 금리는 지난해 10월 6%대에서 12일 현재 2.41%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크게 내렸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은행이 CD를 통해 조달하는 금액의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한데, 70% 이상의 대출이 CD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예대마진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성일 금감원 건전경영팀장은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낮추지 않는다면 은행의 예대마진도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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