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팀워크로 일궈낸 나가노 金 쾌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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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쇼트트랙 개인전은 형식상 개인전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단체전이나 마찬가지다.

어느나라 선수가 많이 결승에 진출하느냐에 따라 메달 색깔이 갈리기 때문이다.

한국선수들은 이날 남자 1천m 경기에서 예선을 무난히 통과한 뒤 준준결승에서는 우승권에 있는 선수들을 견제하는 전략을 썼다.

이준환은 준준결승에서 2위로 달리며 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캐나다의 강자 마크 개그넌의 추월을 허용치 않았다.

끝내 개그넌은 이준환을 추월하려다 반칙을 범해 실격처리됐다.

또 준결승에서 홈링크의 텃세를 입은 일본의 우에마스 히토시 역시 채지훈의 마크에 밀려 선두권에서 처지자 반칙을 저질러 실격됐다.

이로써 한국선수들은 준결승에 3명이 진출하며 껄끄러운 상대를 모두 떨어뜨렸다.

이어 준결승 1조경기에 홀로 출전한 채지훈은 앞서가던 일본.캐나다 선수를 따라잡으려고 인코스로 진입하던 중 미끄러지면서 함께 넘어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채지훈으로선 안타까웠지만 김동성에게는 부담을 덜어주는 순간이었다.

결국 김동성은 중국의 리지아준, 미국의 앤드루 가벨, 캐나다의 에릭 베다드와 결승에서 맞붙었다.

한수아래인 가벨과 베다드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김동성은 리지아준과 맞대결을 하면 됐다.

중반까지 자신의 페이스대로 레이스를 펼치다 막판 뒤집기를 시도해 멋지게 역전승리를 거둔 김동성의 금메달. 쇼트트랙 왕국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선수의 능력과 희생정신, 그리고 선수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전략을 세운 벤치의 승리였다.

성백유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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