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거래 파문 확산…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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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번에 드러난 파생상품 거래의 핵심은 과거 자료를 맹신한 국내금융기관의 '베팅' 과 동남아통화위기를 예견한 해외금융기관간의 '떠넘기기' 가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SK, 또는 국내금융기관의 실수 = 첫째, 시작단계에서 원금보장형처럼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국 바트화를 너무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소송에서도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바트의 폭락 가능성에 대해 정보우위에 있는 모건이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엔.달러 헤지를 하는 경우 한 푼도 생기는 것이 없지만 바트.달러헤지를 하는 경우 금리가 높은 바트가 폭락하지 않는 한 금리차로 인해 이득이 발생하게 돼 있다.

다시 말하면 '확실한' 차익거래 기회로 보였던 것이다.

실제 96년에 비슷한 거래를 한 국내기관들은 재미를 보았다는 소문이고 보면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관련됐으리란 개연성은 충분하다.

둘째 SK는 바트가 폭락할 때 손해를 보고라도 빨리 팔았어야했다.

'예상치 못한' 폭락이었기 때문에 손실 실현을 두려워 한 나머지 상승하기를 기다렸을 가능성이 있다.

◇ 내부통제시스템 = 규모가 큰 거래인만큼 담당 임원은 물론 사장까지 보고됐다는 것이 SK측의 설명이다.

이 펀드 설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SK의 경영진이 몰랐다고 하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만일 경영진이 위험을 이해하고 있었다면 일차적으로 경영상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앞서 모건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 공시 및 감독 = 역외펀드 또는 그 자회사가 현지금융을 일으켜 파생상품을 매입할 경우 현재로선 재무제표에 보고할 의무는 없다.

더욱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실현되기까지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만 '자본금10%이상의 특별손실 또는 이익이 발생한 때 지체없이 감독당국에 알려야하는' 공시규정이 증권거래법에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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