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종교화제]미국 샌프란시스코 니센교회 벽화인물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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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 그레고리 니센 성공회교회에 최근 춤추는 성자 (聖者) 를 그린 벽화가 등장해 주민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인류역사에 정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큰 족적을 남긴 '성자' 74명을 2001년까지 그린다는 계획하에 현재 8명의 춤추는 성자 그리기를 끝낸 상태. 1851년 노예의 신분으로 어느 여권운동모임에서 감동적인 연설로 청중을 사로잡았던 서저너 트루스, 다양한 교리를 따르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교회의 건설을 구상했던 엘리자베스 1세 영국여왕, 미국의 민권운동가 말콤 엑스, 지난 95년 어린 나이에 노예노동 해방운동을 펼치다가 13세에 살해당한 파키스탄의 어린이 이크발 마시 등 지금까지 그려진 인물만으로도 시공 (時空) 을 초월함을 알 수 있다.

연령이나 신분을 불문하고 모두가 손에 손잡고 왼쪽 발을 들어올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다.

왜 이런 벽화가 등장했을까. 지난 95년 이 교회를 완공한 리처드 페이비언 신부의 평소 지론을 들으면 금방 궁금증이 풀린다.

“21세기에 종교와 신앙인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사람을 각자의 종교적 뿌리로 안내해 서로 간의 이해를 통해 통합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도록 하는 일이다.”

페이비언 신부의 이런 뜻이 담긴 것은 벽화만이 아니다.

이 교회의 각 방에는 세계교회주의를 상징하는 성물 (聖物) 이 숱하다.

유대교에서 즐겨 쓰는 가지 많은 장식촛대, 불교의 죽비, 태국에서 코끼리 등에 얹는 가마, 아프리카 토속신앙 도구 등이 그것.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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