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에르 원작 풍작코미디 '수전노'…주인공 권성덕, 28년만에 다시 열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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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돈에 눈멀어 돈의 노예가 된 사나이. '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작가 몰리에르의 '수전노' 는 바로 이런 사람을 꼬집는 풍자 코미디다.

주인공 아르파 공은 사랑도 가족도 명예도 마다하고 오로지 돈 지키기에 몰두하는 고리대금업자. 천하에 둘도 없는 자린고비 욕심쟁이 영감이다.

돈 쓰는 게 아까워 아들.딸의 결혼도 미룰 지경이다.

하지만 아내 욕심은 있어 동네 처녀 마리안을 후처로 들이고 싶어한다.

돈 안쓰고 적게 먹는 게 이 처녀의 '장점' 이기 때문이다.

아뿔싸, 마침 '긴급상황' 이 발생한다.

그 처녀가 아들 클레앙트의 애인일 줄이야. 이때부터 사건이 얽히기 시작하고 급기야 땅에 묻었던 아르파 공의 돈상자가 없어지는데…. 물론 '깨달음' 후에 아르파 공이 돈과 사랑을 얻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신예 연출가 유재철은 요즘 IMF시대를 주목한다.

'과소비 환자' 든 자린고비든 둘 다 돈의 합리적 사용자는 결코 아니라는 점. 그래서 유씨는 “인간 (아르파 공) 의 빗나간 행태를 마구 풍자해 돈에 대한 (관객의) 잘못된 생각을 교정해 보겠다” 고 벼른다.

아르파 공 역을 맡은 중진배우 권성덕 (58) 씨는 지금부터 28년전 이 역을 열연, 세월이 흐른 후 국립극단장을 지낼 만큼 연극판의 '될성부른 떡잎' 으로 이름을 날렸다.

“인물들의 성격이 코믹하게 대비되는 성격희극입니다.

희극의 교과서라 할까요. 주인의 편협과 우매함을 골탕먹이는 하인들의 영특한 행동이 참 우습지요. ” 때문에 정작 권씨는 자신이 맡은 주인공보다 하인 역에 더 애착이 가는 편이라고 한다.

이번 공연은 '문제적 인간 - 연산' '택시 드리벌' '홀스또메르' 등에 이어 유인촌의 극단 유가 만드는 여섯번째 작품이다.

이전 작품 모두가 비교적 수준작이어서 '수전노' 또한 기대가 크다.

공연장이 '레이디 맥베스' '천마도' 등 올들어 거푸 명작을 잉태한 문예회관 소극장 무대란 점도 그런 전망을 밝게 하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새해들어 고전극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

'맥베스' '오셀로' 등 셰익스피어극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인기다.

여기에 지난 10일로 탄생 1백주년이 된 브레히트의 작품이 추가돼 고전극 홍수를 부채질 하고 있다.

모두 다 제작비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손쉬운 전략이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인생의 지혜가 듬뿍 담겨 있는 고전극에 푹 빠져 보는 것도 좋은 관람자세가 될 것이다.

고전극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물이기 때문이다.

21일~3월13일 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시30분.7시30분, 일.공휴일 오후3시.6시. 권성덕.박일규 (서울예전 무용과 교수).최용병.김연재 등 출연. 02 - 3444 - 0651.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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