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지원을 보는 미국업계의 시각…"돈주는 대신 시장 열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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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아시아 금융위기와 관련한 미국의 동향을 짚어보려면 행정부.의회만이 아니라 업계의 움직임도 주의 깊게 들여다 보아야 한다.

미 업계는 각종 통상 현안은 물론, 안보와 직결된 대외 정책에 대해서도 대 (對) 의회.정부 로비를 통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을 앞세운 미국의 아시아 지원은 업계의 이해 관계가 크게 걸려 있는 탓으로 더욱 그렇다.

업계 주장을 종합하면 ▶IMF 지원에 반대하진 않으나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이 돼선 안되며 ▶시장개방이나 개혁 이행 등을 지원 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것 등으로 모아진다.

◇ 제조업자 협회 (NAM) =IMF의 지원과 미국의 IMF 추가 출자를 모두 지지한다는 입장이나 “지원 대가로 시장개방 등 제도개혁에 대한 조건이 따라붙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NAM은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아시아의 경제성장이 미 경제의 이익에 부합하고▶안보.통상 면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으며▶IMF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미 제조업자의 이익이 보장될 수 있으므로 의회는 행정부의 IMF 추가 출자를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20일 클린턴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아시아 위기를 해결하는 데는 IMF 지원보다 민간 부분의 지원이 효율적일 것이며▶IMF 지원은 그 대가로 제도개혁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 미 자동차공업협회 (AAMA) =지난 3일 앤드루 카드 회장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미 행정부와 IMF의 노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며 “이런 노력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늦춰져온 산업.금융 정책의 개혁을 가져오게 될 것이고 한국 등이 개혁 약속을 지키는지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 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입장은 여전하다.

◇ 반도체 업계 = 한국 업체들과 경쟁 관계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의 애플톤 회장은 이달초 의회 증언에서 “한국이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전에 지원을 해서는 안되며 한국 정부나 IMF가 한국 제조업체들에 대한 민간자금 지원을 보증해서도 안된다” 고 주장했다.

반면 아시아 각국에 반도체 생산설비를 판매하는 반도체 생산장비업협회 (SEMI) 의 스탠 마이어스 회장은 의회 지도자들을 찾아다니며 “아시아를 지원해야 한다” 고 설득하고 있다.

◇ 미 강관수입협회 = 조지프 루소 회장은 이달초 하원 청문회에 나가 “한보철강 문제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사건” 이라며 ▶한국이 지원자금을 수출보조금으로 사용할 경우 자금 지원을 끊도록 의회가 요구해야 하고 ▶한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 (WTO)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한다는 조건 아래서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 무역대표부 (USTR) 는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 미 조선업협회 (ASA) =지난달 27일 루빈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IMF 지원자금이 한국의 조선업계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고 촉구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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