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외항선등 3D업종 달러벌이 해외취업 다시 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70년대 초부터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철근공과 작업반장 등의 일을 해온 김상보 (金相普.50.서울성동구행당동) 씨. 金씨는 최근 현대건설의 해외파견 기술직 모집 창구에 이력서를 접수시켰다.

80년대초 3년동안 중동에서 일한 적이 있는 金씨는 "최근 건설경기가 얼어붙어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고 어렵사리 얻어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이라며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학자금 마련이 당장 급해 외국행을 결심했다" 고 말했다.

극심한 경제난에 따라 실업사태가 닥치고 달러가치가 높아지면서 최근 건설직.선원 등 해외취업 창구에 구직자들이 몰리고 있다.

과거 한때 외화벌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으나 소위 3D직종이라는 이유로 기피대상이 됐던 해외취업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업체인 현대건설의 경우 그동안 연간 2백~3백명에 이르는 해외현장 기술직 수요를 내국인 기피때문에 현지인들로 거의 채웠으나 지난달에만 40여명이 이력서를 냈다.

이 회사 해외인사과의 관계자는 "최근 하루에 30여통씩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며 "월 3백만원 정도의 수입에다 계약기간중 실직할 염려가 없어 해외취업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외항선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번 배를 타면 수개월씩 고립된 생활을 해야하는 근무여건때문에 기피가 극심해 선박회사들이 부부 승선을 허용하는 등 선원확보에 안간힘을 써왔으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선원취업을 알선하는 해양수산연수원에는 지난해 월평균 20명정도에 불과하던 취업희망자가 올해는 벌써 2천명을 넘었으며 문의전화가 하루 수백통씩 쇄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종전엔 드물었던 전문직의 해외진출도 크게 늘고있다.

컴퓨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이후 일본.미국의 현지업체에 취업한 내국인은 1백여명. 이들의 대부분은 도산한 벤처기업이나 대기업에서 퇴직한 컴퓨터 전문가들로 이중에는 대기업 과장.부장 출신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기존 컴퓨터 프로그램을 2000년대용으로 수정하고 있는 미국.일본 업체들은 절대 부족한 전문인력을 소위 '헤드 헌터' 를 통해 한국 등에서 채용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