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돌아온다]1.태풍전야의 교단…기대와 불안 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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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교조가 10년만에 돌아온다.

교육계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 가운데 태풍전야의 분위기다.

환영의 목소리도 높지만 노사정위원회 결정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상당하다.

교내에선 10년전 전교조 파동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걱정속에 파묻힌 교장 등 관리자, 전교조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일부 소장파 평교사들이 제각각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점치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단체행동권이 유보된 상태이긴 하지만 전교조 합법화로 교육계가 엄청난 갈등의 회오리에 휘말릴 전망이다.

교육계 분위기와 예상되는 변화.전망 등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6일 오전 서울 D여중 교무실. 전교조 합법화 소식이 알려지자 착 가라앉은 분위기다.

어느 교사도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50대 이상 교사들의 얼굴에는 근심의 표정이 역력하다.

젊은 교사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를 따져보는 눈치다.

전교조 합법화에 교육계는 찬반 양론이 뚜렷이 갈리고 있다.

한국교총 등 기존 교원단체, 사학재단 등은 “교원노조 인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국교총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반대여론을 형성, 입법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교장 등 대부분 학교관리자들도 앞으로 교단에 불어올 전교조 파문에 우려하고 있다.

국공립고등학교교장회 최태상 (崔泰祥.경복고 교장) 회장은 “10년전 전교조 파동때 교단이 얼마나 황폐화됐느냐” 며 “교원은 스승으로 노동자가 될 수 없으며 전교조가 합법화되면 교사들이 분열돼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화고 김홍우 (金洪佑) 교장은 “전교조 교사들이 과거와 같이 학교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참교육의 이상과 현실에 차이가 많기 때문에 학교관리자와의 갈등이 증폭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평교사중에는 환영파도 적지 않다.

경기도 M중 宋모 (35.여) 교사는 “10년전 전교조 파동때 참여하지 못한 것이 내내 후회됐다” 며 “전교조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 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엇갈린 분위기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오성숙 (吳星淑) 회장은 “전교조 교사들이 참교육 실현에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 이라며 “전교조 합법화에 찬성하며 교육개혁도 교사의 자발적인 참여길이 넓어져 더욱 활성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 1, 2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柳모 (46.여.서울송파구방이동) 씨는 “전교조 교사들이 입시공부를 소홀히하거나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이념교육을 시킬까 걱정” 이라고 말하는 등 '참교육' 이 '이념교육' 으로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전교조 합법화로 대두되는 또다른 문제는 단체교섭을 둘러싼 학내갈등. 노조가 단위사업장 (학교) 별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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