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게 할아버지 폐지모아 '사랑배달'…어려운 이웃에 매달 쌀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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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매달 셋째주 일요일 오토바이에 쌀을 싣고 이웃을 찾아가 전달할 때면 한달동안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 듭니다. 삶의 낙이지요.” 서울관악구신림8동 윤정아파트 상가 귀퉁이에서 조그만 싸전을 하는 한규남 (韓奎南.61) 씨. 그는 동네에서 '사랑의 쌀을 나르는 폐지 (廢紙) 할아버지' 로 통한다.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형편이 어려운 5가구에 쌀 20㎏ 1부대 (약 4만3천원) 씩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韓씨는 쌀가게를 부인에게 맡기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오전.오후8시30분 두차례씩 어김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지역을 돌아다니며 폐지수집에 나선다.

韓씨는 이렇게 모은 2t트럭 2대분의 폐지를 팔아 마련한 14만~16만원에다 자비 5만여원을 보태 매달 한차례씩 쌀배달을 하고 있다.

韓씨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81년 경기도 평택에서 상경해 갖은 고생끝에 처음 윤정아파트에 내집을 마련한 93년. 韓씨는 그 해에 폐지줍기를 시작, 1년반만에 2백여만원을 모아 아파트 자치회비로 기탁한 뒤 94년 7월부터는 구청에서 생활보호대상자 등의 명단을 받아 돕기에 나섰다.

“한 초등학생에게서 '할아버지 쌀을 주셔셔 고맙습니다.

배불리 먹고 있습니다' 란 편지를 받았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다.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죠.”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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