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만세]가족회의록 최우수상 수상 김지영양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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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빠, 오늘 저녁 회의 시간에 늦지 마세요” 고양시 행신초등학교 6학년 김지영 (金知映.14) 양 가족 네식구는 토요일 저녁 9시가 되면 어김없이 1시간 동안 가족회의를 연다.

일에 바쁜 아빠도 이날만은 시간에 맞춰 귀가한다.

3년전인 95년 3월 지영이가 4학년이 된뒤 학교에서 가족회의록을 작성해 오라는 숙제를 받으면서 부터 지영이네 식구들은 토요일 마다 회의를 열고 있다.

학교에서는 매월 한차례씩 열도록 했으나 아버지 김준일 (金準日.38.건축업).어머니 유명희 (柳明姬.35) 씨, 동생 해용 (海龍.11) 군등 전가족은 '이왕 할 바에 철저히 해보자' 고 의견을 모으고 매주 갖게된 것. 처음에는 온가족이 둘러앉아 회의록을 만든다는 것이 어색해 제대로 된 회의를 열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회의 내용도 충실해지고 습관으로 굳어졌다.

특히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여는 회의에서는 다음달 생활목표를 정한다.

최선을 다하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책을 많이 읽기, 이웃에 봉사하기 등 다양하다.

또 아버지가 딸에게, 어머니가 아들에게 평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서로에게 고칠 점도 지적해준다.

물론 회의내용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영이가 기록한다.

지난번 회의때 한 약속의 실천여부도 반드시 확인한다.

아버지는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고 흡연량도 가급적 줄이라' 는 가족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한달째 이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회의에 정성을 들인 덕분인지 지영이네 가족은 지난해10월 고양시 행신초등학교에서 개최한 가족회의록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어머니 柳씨는 “회의를 생활화하다 보니 가족간 화목이 다져지고 대화를 통해 고민거리를 해결하게 됐다” 며 “앞으로 회의 시간을 늘려 아이들과 더욱 폭넓은 얘기를 나누겠다” 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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