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총재-IMF총재, 엇갈린 외환위기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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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제적 환투기 방지를 둘러싸고 국제통화기금 (IMF) 의 미셸 캉드쉬 총재와 세계은행 (IBRD) 의 제임스 울펀슨 총재가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울펀슨 총재는 지난 2일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제기한 외환투기 방지 문제는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 며 "IBRD는 현재 이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캉드쉬 IMF 총재는 2일 독일 슈피겔지와의 회견에서 "투기자본은 한 국가의 통화가 과대 평가됐을 때 공격을 시작한다" 며 "이를 막기 위한 최선의 대책은 각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올려 이득을 보려고 꾀하지 않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투기자본에 대한 인위적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며 외환거래 규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자매 관계에 있는 IMF와 IBRD가 아시아 금융위기와 관련해 엇갈린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조지프 스티글리츠 IBRD 수석부총재가 "IMF가 아시아국가들에 지나친 긴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고 비판한 바 있다.

이같은 의견 차이는 IMF가 국제 통화체제의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반해 IBRD는 빈곤.실업문제 해결에 주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환투기 억제와 관련, 이른바 '토빈세 (稅)' 도입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울펀슨 총재는 원칙적으론 찬성이다.

토빈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박사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국가간 통화거래를 통제하기 위해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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