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나이스단장 기고문…금리인하 시기는 환율봐가며 신중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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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 (IMF) 협의단장이 지난 1일 김포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금리가 당분간 불가피하다" 고 전해진 것은 진의가 다소 와전된 느낌이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를 소개한다.

한국은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어 왔다.

대외신인도를 회복하고 환투기를 근절하고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고금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는 고금리가 은행과 기업에 타격을 주는 등 대가를 치른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IMF는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고금리를 수용할 것을 한국에 권고해 왔다.

외환위기를 가능한한 빨리 극복해야 경제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몇가지 희소식이 있다.

한국정부가 강도높은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재정지원이나 채권단의 단기외채 연장합의 등도 잇따르고 있다.

경상수지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한국의 외환위기가 해소되기 시작했다.

원화도 강세로 돌아서고 있어 이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환율은 지속적으로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아직은 출발선에 서있을 뿐이며 외환시장은 이제야 정상화 과정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조급하게 고금리를 외환위기전의 수준으로 낮출 경우 환율이 다시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과 기업에 다시 타격을 주고 경기회복을 늦출 것이다.

따라서 금리인하의 적절한 시기를 선택함에 있어 고금리 유지로 인한 피해와 환율 불안정으로 인한 문제를 신중히 고려,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생산과 무역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기업, 특히 수출업자와 중소기업에 고금리가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놓고 많은 논의를 해왔다.

한국정부는 이미 몇가지 조치를 취했으며 IMF는 이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 누구도 고금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위기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 수일동안 경제회복을 지연시키지 않고 환율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선의 금리정책을 한국정부와 조율할 것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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